‘국민안전, 국민행복’을 국정지표의 하나로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언 100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안전의 중요성을 단편적으로 언급한 대통령은 많이 있었으나 안전을 국정철학으로까지 격상해 강조한 대통령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안전과 행복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크다.이를 반영해 정부는 중앙안전 총괄부처인 종전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문패를 바꿔 달고 조직과 인력도 확충했다. 뿐만 아니라 박대통령이 당 총재로 재직할 때 비서실장을 맡았던 유정복씨가 실세 장관으로 발탁됐다.자신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안전을 총괄하는 장관직을 맡긴 것은 안전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확대 개편된 안전행정부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도 대폭 손질했다.우선 안전행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안전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해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와 안전 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도록 했고 재난 및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그 원인을 합동으로 조사하는 정부합동재난조사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외양상으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하드웨어는 갖춘 셈이다.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부처 명칭 바꾸고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법령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안전한 사회가 도래한다면 진작 그렇게 했을 것이다.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돼 있는 ‘안전불감증’을 치유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병행해 나가지 않는다면 하드웨어 정비는 헛된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재난과 사고를 겪어 오면서 늘 똑같은 모습들을 보아 왔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설치되는 사고수습 상황실, 언론 보도용에 불과한 대책회의, 사고 처리에 지장만 초래하는 정치가나 고위관리들의 현장방문, 책임 소재를 둘러싼 여야 정치 지도자들의 끝없는 논쟁 등이다.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렇게 부산을 떨며 재발방지를 외치다가 민심이 수그러들기만 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안전사고에 관한한 우리 모두가 집단 건망증에 걸린 듯했다.국민안전을 국민행복의 잣대로 삼겠다는 이 정부에서는 더 이상 이런 행태가 연출되지 않았으면 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관계기관이 협력해 대처할 수 있도록 이들의 상호관계와 대응활동분야별 구성요소를 시스템화한 것이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다.여기에는 모든 유형의 위험요인과 위협에 대해 민·관·군이 같은 방식으로 대비하고 비상시에 협력적으로 대응하는데 필요한 기본 교리와 직무 분야별 개념과 원칙, 용어·절차 및 방법론이 정리돼 있다.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는 안전관리 총괄부서 간부들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었다. 계절 특성상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인한 재난과 사고가 많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국지적 집중호우는 현대의 발달한 기상관측 기술로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 만큼 대응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정부의 예방활동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상습 침수지역, 아파트 등 대형 공사장, 붕괴 위험이 있는 하천이나 저수지 제방 등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회의하고 공문으로 지시하는 탁상행정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직접 현장을 누비며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모든 문제는 현장에 있고 답 또한 현장에 있다. 안전 담당 공무원들이 얼마나 전력투구하느냐에 따라 우리 국민의 행복·불행이 교차할 수 있다. 국민들도 현장을 발로 뛰는 안전담당 공무원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만나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는 우리 국민 모두의 한결 같은 염원이다.‘점심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안전에도 공짜는 없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 정부만 성토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도 평소 안전에 대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나 한사람의 ‘설마’ 하는 안이한 사고가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고 만다.정부는 교육과 홍보가 절대 중요한 만큼 이를 대폭 강화해 국민의 안전의식이 늘 깨어 있도록 노력하고 국민들은 안전의식을 생활화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안전사회’로 한 발짝 다가서는 올 여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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