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새 자재 값 받고 중고 써…붕괴 위험" 반발에 LH "설계대로 새 자재 시공" 맞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시흥 하중지구 A-4블록 공공분양 현장 / 사진=오진규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시흥 하중지구 A-4블록 공공분양 현장 / 사진=오진규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시흥 하중지구 공공주택 건설 현장에서 가설 방음벽 자재를 둘러싸고 '중고 자재(고재) 사용' 논란이 불거졌다.

현장 주민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새 자재(신재)를 사용해야 함에도 녹슨 중고 자재를 써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LH 측은 "설계 도서에 맞는 새 자재를 사용했다"고 정면 반박해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녹슬고 규격 안 맞아"…시흥시청 앞 1인 시위까지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논란은 지난 12일 시흥시청 앞에서 벌어진 1인 시위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시위에 나선 제보자는 "공공기관에서 새 값으로 입찰 받고 중고 자재를 설치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흥 하중지구(A-4블록) 현장의 부실시공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제보자들은 해당 현장에 설치된 가설 방음벽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규격이 맞지 않고 H빔 등 지주에 녹이 슬어 있다며 '명백한 중고 자재'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시흥시청 앞에서 '중고 자재'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오진규 기자
지난 12일 시흥시청 앞에서 '중고 자재'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오진규 기자

한 업계 관계자는 "새 자재를 썼다면 표면이나 체결 부위가 매끄러워야 하는데, 현장은 억지로 끼워 맞춘 흔적이 있고 규격도 제각각"이라며 "안전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크다. 해당 현장은 아파트 단지와 횡단보도가 맞닿아 있는 학생들의 주 통학로다. 주민 A씨는 "아이들이 매일 다니는 길인데 방음벽이 엉성해 보여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5개월 전부터 문제가 방치돼 왔다"고 호소했다.

◇LH "전수 신재 사용…부실 없다" 공식 해명

이 같은 의혹에 대해 LH 측은 본지에 보내온 공식 답변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LH 관계자는 "해당 공구의 가설방음벽 설치를 위한 판넬 및 H형강 지주 등 소요 자재 일체에 대하여 설계도서와 동일한 규격의 신재(새 자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새 자재 비용을 지급하고 중고 자재를 사용해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며 일축했다. 또한 "부실 시공된 방음벽은 없으며, 현장에 감리단이 상주해 지속적인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며 안전 문제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LH가 "설계도서와 동일한 새 자재(신재)를 사용했다"고 해명한 시흥 하중지구 공사 현장 / 사진=오진규 기자
LH가 "설계도서와 동일한 새 자재(신재)를 사용했다"고 해명한 시흥 하중지구 공사 현장 / 사진=오진규 기자

관할 지자체인 시흥시는 해당 사업이 LH가 시행하는 국책 사업으로 인허가 및 관리·감독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다며 '감독 권한 밖'이라는 입장이다.

현장의 '육안 식별' 가능한 부실 정황과 LH의 '서류상 이상 없음'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주민들의 안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상급 기관의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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