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자격 두바이·이집트 방문 예정
도지사 비서실 "성희롱 피고인 주재 감사 거부"…시민단체 "국격 훼손 우려"
경기도지사 비서실이 '직원 성희롱' 혐의로 기소된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의 행정사무감사 주재를 거부하며 의회가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양 위원장이 내년 초 중동 해외 출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5일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협의회는 내년 1월 8일부터 16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은 한국 중소기업 진출 지원 방안 논의 및 이집트 수교 30주년 기념 문화교류 모색을 목적으로 하며, 양 위원장 역시 회원 자격으로 참여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의회 안팎에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의사 일정이 마비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해외 출장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 5월 도의회 사무처 직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한 혐의(모욕)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에 조혜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을 비롯한 보좌진은 "성희롱 피고인이 도민의 대표로 의사봉을 잡는 것은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지난 19~20일 운영위 행정사무감사 출석을 전면 거부했다. 이 여파로 도의회 국민의힘이 예산 및 조례안 의결을 거부하며 상임위 전체가 파행을 맞은 상태다.
조 비서실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의회에서 반성 없이 공무원들에게 도덕적 우위를 행사하려는 모습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라며 양 위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경기여성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혐의로 재판 중인 인물을 운영위원장직에서 배제하지 않고 행감을 강행하는 것은 도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즉각적인 사퇴와 사과를 촉구했다.
언론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양 위원장의 출장 계획에 대해 "사퇴 요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외국에 나가겠다는 것은 안하무인 후안무치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일부 언론은 "성희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가 외교적 성격의 방문에 나서는 것은 국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앞서 지난 2월 특정 언론사에 대한 홍보비 제한 발언으로 부적절한 언론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현재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양 위원장에 대한 징계안은 윤리위원회 개최 불발로 장기간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그를 둘러싼 도의회의 갈등과 파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