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진실 공방'으로 가열됐던 1조 2천억 원 규모 화성남양 지역주택사업이 이제는 '조합의 생존'을 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일 3차 간담회에서 시공사와의 갈등 원인이 드러났다면, 23일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서 열린 '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추위) 주관 간담회'에서는 현 박선준 조합장 체제의 '금융 리스크'와 '독단적 운영'의 민낯이 구체적인 수치와 증거로 공개됐다.
이날 정추위와 서희건설은 박 조합장이 추진하는 11월 30일 임시총회를 "조합을 벼랑 끝으로 미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자만 월 11억인데…연 9% 고금리 300억을 또 빌린다고?"
이날 간담회의 핵심 쟁점은 '돈'이었다. 정추위는 박 조합장이 오는 30일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300억 원 신규 자금 차입'의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조합은 토지담보대출 등으로 인해 매달 약 11억 원(연 130억 원)의 막대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장이 추진하는 300억 원 규모의 추가 대출(금리 연 9% 내외 예상)은 조합원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분담금 폭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학수 정추위 공동위원장은 "토지 확보율이 88.4%에 불과해 사업승인 접수조차 못 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사채성 자금을 끌어다 쓰는 것은 '망해가는 조합의 전형적인 마지막 스텝'"이라며 "이 대출이 실행되면 조합은 돌이킬 수 없는 파산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성토했다 .
서희건설 승부수 "정상화되면 100억 무이자 지원…내년 착공 보장"
반면, 시공사 서희건설은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현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어 사업이 정상화된다면, 즉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서희건설 이병선 이사는 "조합이 정상화되는 즉시 100억 원을 무이자로 대여해 급한 금융 비용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선 간담회에서 제시했던 '50억 대여'에서 지원 규모를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토지 문제 역시, 정상화와 동시에 서희 보유 토지(6.6%) 소유권을 이전해 15일 이내에 사업계획 승인 접수를 완료하겠다"며 "이 로드맵대로라면 내년 하반기 착공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패싱, 2억 무단 대여 시도"…무너진 내부 통제
박 조합장의 독단적 운영 실태를 고발하는 내부 폭로도 이어졌다. 현직 이사들은 "조합장이 이사회의 승인도 없이 외부 업체인 '현토목'에 조합 공금 2억 원을 대여하려다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증언했다.
한 이사는 "집행을 막아서자 조합장이 욕설을 퍼붓고, 오히려 이사들에게 '업체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밖에도 ▲이사회 의결 없는 규약 변경 ▲법원 판결을 무시한 이사 사무실 출입 봉쇄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정황들이 녹취와 문건으로 공개됐다.
박선준 조합장 "서희건설 '경영 불안' 리스크…자구책 마련 차원"
한편, 박선준 조합장 측은 정추위의 주장을 '조합 흔들기'라고 일축했다. 박 조합장은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서희건설이 최근 '개선 기간'을 부여받는 등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시공사 리스크에 대비해 조합의 독자적인 자금력을 확보하려는 '방어책' 차원에서 300억 대출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논란이 된 고금리 대출 우려에 대해서는 "금리 9%는 상한선일 뿐, 실제로는 더 좋은 조건으로 차입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라고 해명하며, 무조건적인 고금리 차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사 해임 건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서희건설을 반대하다가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꾼 이사들이 조합에 혼란을 주고 있어 해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1월 30일 임시총회, '2026년 착공'이냐 '2030년 표류'냐
정추위는 박 조합장의 계획대로 시공사 해지가 강행될 경우, 위약벌 소송(약 559억 원)과 토지 미확보로 인해 사업이 최소 4~5년 지체되어 빨라야 2030년에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서희건설과 협력할 경우 '올해 12월 토지 95% 확보 → 내년 상반기 승인 → 내년 하반기 착공'이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결국 공은 조합원들에게 넘어갔다. 오는 30일 예정된 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이 박 조합장의 '300억 대출 및 이사 해임' 안건에 동의할지, 아니면 정추위의 호소대로 총회를 무산시키고 새 출발을 선택할지가 관건이다.
김진영 정추위 공동위원장은 "지금은 국회의원을 찾아다니거나 시위할 때가 아니라,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총회 불참과 서면결의 철회만이 우리 조합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