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다 단가 중심 계약 관행 지적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헬기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보선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생산된 63년 기령 임차 헬기가 여전히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심각한 케이스를 비롯해 헬기 10대 중 9대는 노후 기체였다.
14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가 운용 중인 임차헬기 81대 중 74대(90.24%)가 기령 20년 이상의 노후 기체고 평균 기령은 36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 헬기 기령을 구간별로 보면 1~10년 2대, 11~20년 9대, 21~30년 25대, 31~40년 25대, 41~50년 20대, 50년 이상 6대로 기령이 21년에서 40년 사이인 기체가 가장 많았다. 최고 기령의 헬기는 충청남도 본청의 S-61N 헬기와 영주시 S-58T 헬기로 63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경상북도 청도를 시작으로 울산, 경남, 경북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산림 피해뿐만 아니라 역대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주택·시설 피해를 불러왔다. 특히 진압 과정에서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헬기가 추락, 조종사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2건 발생했다.
산불 발생 시 초기대응 단계에서 출동하는 지자체 임차 헬기에 대한 국비 지원이 전무한 상황서 오래된 기체를 임차하고 있었던 것이 헬기 추락 사고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올 4월 대구 북구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압하던 중 추락해 사망한 고 정궁호 기장이 탑승했던 헬기의 경우 1981년 1월 1일에 첫 비행을 한 기종으로 사고 당시 기령이 44 년 된 노후 항공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전인 3월에도 경북 의성 산불 진화에 투입됐던 임차 헬기가 추락해 기장이 순직했다. 추락 헬기는 1995년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했던 노후 헬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지자체 임차 헬기 임차·운영비는 전액 지방비(도비 및 시군비) 로 집행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지자체의 임차 헬기 관련 국비 지원 요청이 있어왔지만 올해 또한 지자체 임차 헬기와 관련해 편성된 국비는 전무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 결과 실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헬기 임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예산 절감을 이유로 여러 지자체가 한 대의 헬기를 공동 임차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지역 간 출동 속도에 큰 격차가 발생하고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불 문제 초기 대응에 있어 재정적으로 지자체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으로 인해 장비 갱신 투자 유인이 약화되고 안전보다 단가 중심의 계약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우 의원은 "산불 진화 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지자체 임차 헬기의 초기 대응"이라며 "대형 산불 확대를 막기 위해 임차헬기 노후 문제와 인력·정비 공백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