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최근에도 추락, 끼임, 충돌, 질식, 화재·폭발 등의 산업재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건설안전특별법 발의 등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고 있고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와 같은 현장 지원과 감독도 크게 강화하고 있음에도 사망사고는 눈에 띄게 줄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될까? 사업주의 안전관리 의지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법과 규제가 여전히 미흡해서일까? 정부는 사고가 잦은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며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대응만으로는 중대산업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는 안전관리의 초점이 거시적 제도보다 현장 단위의 세밀한 실천으로 이동해야 함을 보여준다.
산업사고는 구성원 모두가 한꺼번에 비정상적인 불안전한 행동을 하거나 안전수칙 등 제반 법규를 지키지 않아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중 극소수 작업자가 작업 중 위험요인 식별을 게을리 하거나 식별된 위험요인을 방치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안전실천미흡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업장에는 여러 분야의 작업 공정이 있을 수 있고 동일한 공정에서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생산라인에도 수많은 세세작업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작업의 수가 아주 많을 수도 있다. 세세한 작업 하나하나에는 어느 작업이든지 그 작업에 관련된 위험요인은 필히 존재한다. 이들 위험요인은 다른 작업과 공통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작업만이 지닌 고유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모든 작업마다 그 작업에 따른 위험요인이 있다면 모든 작업에 적합한 안전실천 방법이 있을 것이고 모든 작업의 안전실천 방법은 각기 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사업주나 안전관리감독자 또는 안전전문가는 보다 단위가 큰 공정단위의 안전이나 생산 안전을 생각해 관리하고 이러한 소소한 분야의 관리는 소홀히 하는 수가 있다.
이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각 작업에 적합한 안전실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고소작업은 높은 곳에서 일하다 추락할 위험요인에 그 작업을 실시하는 중에 잠재된 위험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실내에서 특정 기계를 이용해 작업하는 작업자는 기계적 에너지에의 노출이나 끼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들 두 가지 작업의 위험특성은 크게 다르다. 고소작업자는 작업 고유의 위험특성에 추락위험성까지 인지하여 대처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본연의 작업 중에 잠재된 위험을 파악해 대처함은 물론 언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면 추락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도 알아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실천이 필요하다. 안전 실천에는 추락이 발생해도 인명 손상을 방지 할 수 있는 안전대와 구명줄 착용 같은 보호 장구 착용도 포함된다. 실내에서 기계를 이용한 가공작업을 할 때의 위험특성에는 추락의 위험요인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위의 두 작업의 위험요인은 같을 수 없고 안전실천이 같을 수 없다.
작업마다 안전을 실천하는 주체는 그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다. 작업자가 안전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안전실천의지가 강하고 안전을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안전을 실천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외형적인 관리는 법규나 사업주의 의지로 어느 정도는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작업 중에 준수해야 하는 안전 실천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작업자의 능력과 의지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산업현장에서 자기가 맡은 일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멋지게 처리하나 자기 본연의 업무 외에는 무엇이든지 무시해버리고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도 있다. 능률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올리기는 하나 위험을 방관하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사람이 사고를 저지르기 쉽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평소에는 이러한 작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 찾아냈다고 하여도 안전 실천 활동에 관심을 가지도록 변화시키기도 쉽지 않다.
안전을 실천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인간의 특성이나 습관 또는 습성을 변화시키는 가정 좋은 방법은 인센티브제도다. 인센티브는 금전적인 보상을 실시하는 경제적인 인센티브와 승진 또는 포상과 같은 문화적, 집단적인 인센티브가 있다. 동기부여 효과가 가장 큰 인센티브는 금전적 인센티브이나 이는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예방활동 우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안전 활동을 잘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있으나 그 성과가 사고예방에 직접 연계했는지를 측정하기가 어렵고 잘못하다가는 사고를 낸 작업자 외 모든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인센티브 외의 방법으로는 회사에서 충격적인 사고나 사건 발생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작업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때로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구성원들에게 고통과 괴로움, 충격, 슬픔, 혐오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 계기는 마법 같은 변화를 초래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구성원의 안전실천 의지를 함양할 수 있다.
산재예방 방안 중 특별히 고려해야 할 방법 중의 하나는 사업장 내에서 실시하는 모든 작업을 세세하게 분류해 각각의 작업에 적합한 안전 실천 관리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안전 실천 의지를 가지고 상호 협력할 때에만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기존의 안전관리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구성원의 안전수행역량, 의지, 문화와 습관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은 충격적인 재해사례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세세작업별 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산재예방은 그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