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철 서울성북소방서장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찬바람이 시작되면 시민들은 난방기구를 꺼내고 따뜻함을 준비하지만 소방관에게 이 시기는 긴장과 경계의 시간이다.
‘불조심 강조의 달’은 1948년부터 ‘불조심 주간’으로 시작돼 1980년부터는 한 달 전체로 확대됐고 올해는 78년째를 맞이했다.
소방관에게 ‘인명구조에 최우선 하라’는 무전이 들리면 본능적(First IN, Last Out/위험에 먼저 뛰어들고 마지막에 탈출한다)으로 뜨거운 불길과 유독가스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고 불길을 잡는다.
열이 식고 시야가 확보 되면서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한 자리에서 손을 맞잡고 울고 있는 가족을 마주한다.
그 순간 소방관의 마음에도 깊은 먹먹함이 번진다. 한 가족의 삶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지난 5년간 11월 전국의 평균 화재는 2080건으로 전체의 약 9%를 차지한다. 난방기와 전열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계절형 화재 사고가 112.8% 증가하고 있다.
화재 사고는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연 재난과 차별된다. 전기 콘센트 관리, 난방 시설 확인, 소방시설 점검 등 기본 수칙만 실천해도 대부분의 화재는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신종 재난인 배터리를 사용하는 PM(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과 전기 자동차의 화재 위험도 커지고 있다. 개인의 경각심과 함께 공동주택 단위의 안전관리 점검이 필요하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나 ‘소공간용 소화용구’(콘센트용 소화 패치)는 적은 비용으로 큰 피해를 막는 확실한 대비책이다.
불조심은 경제적 비용이나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관심에서 시작되는 마음이다. 생활 속 관심 습관이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2025년 불조심 강조의 달, 국민들의 관심과 소방관의 마음 가짐으로 ‘화재 없는 안전한 겨울’이 시작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