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산업안전은 생산 설비나 장비의 건전성과 주변 환경의 적정성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 즉 사업장 구성원들의 인지능력이 자리한다.

인간은 생산 시설이나 주변 환경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생산 설비나 작업 중에 있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찾아내 인지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통제 또는 회피하는 존재다.

따라서 인지능력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한계를 가지는지 이해하는 것은 안전관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능력은 무한하지 않고 온전히 신뢰할 수도 없다. 사람에 따라 인지력의 차이가 심하고 특정인이라 하여도 경험의 정도, 신체적·정신적인 상태, 위험식별의 의지(마음가짐)나 작업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또 위험 식별 과정에는 다양한 인지 편향이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익숙함의 함정’이다. 매일 반복되는 작업에서는 위험 요인을 당연시하며 새로운 경고 신호를
무시하기 쉽다. ‘과신’ 역시 문제를 일으킨다. 숙련된 작업자일수록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작은 징후를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지의 왜곡은 눈에 보이거나 잠재된 위험요인을 제때에 정확하게 식별하는데 영향을 주어 그 위험이 사고로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인지왜곡은 조직 차원에서 관리돼야 한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보완하고 위험 식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할 수있다.

첫째 인공지능(AI) 기술과 비파괴 검사와 같은 과학적·기술적인 방법을 활용해 위험요인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AI 로봇이나 드론과 같은 AI 기반의 위험 인자 측정 및 모니터링, 웨어러블 센서를 통한 생체 신호 감지, 자동화된 알람 시스템 등은 인간의 한계를 메우며 위험 식별을 한층 정교하게 만든다.

둘째 관련 교육과 훈련을 강화한다. 단순히 작업 절차를 반복 숙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고 사례를 분석하고 위험요인을 탐지하여 인지하는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위험요소를 스스로 찾아내고 동료와 공유하는 위험예지훈련 같은 방식은 인지능력을 조직적으로 향상시킨다.

셋째 작업환경을 개선한다. 조도, 소음, 진동과 같은 물리적 환경은 인지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준다. 눈에 잘 띄는 경고 표시, 반복 신호음, 색상 대비가 뚜렷한 안전 표시 등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보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이를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고예방의 첫걸음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활용한 위험 식별이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능력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에 기술·교육·환경·심리 등이 결합된 다층적 관리가 필요하다.

인지능력을 강화하고 위험 식별 체계를 견고히 할 때 비로소 산업현장은 안전에 가까워질 수 있다. 결국 안전이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보완하는 지혜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