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은 나와 내 가족,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 살릴 수 있는 일
열과 성을 다할 때 어느 순간 청중과 교감 이뤄지는 것 느껴
안전교육 분야 최고 전문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정으로 현장 누벼
“에너지가 넘친다”, “밝은 모습이 보기 좋다”, “오늘 강의 고맙다” 등등. 이복희 재난안전교육연구소장이 현장 강의후 듣는 말이다. 안전교육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복희 소장은 그 만큼 강의에 열과 성을 다한다. 그날그날 강의 자리에 감사하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안전’하면 ‘이복희’가 떠오를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강의 현장을 누비는 그를 만나 봤다.<편집자>
▲ 재난안전교육연구소에 대한 소개해 준다면
오랜 시간 교육을 진행하고 관련된 내용들을 공부하면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 안전교육을 통해 나와 내 가족,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동안 쌓은 모든 노하우와 인력풀을 바탕으로 재난안전교육연구소도 설립하게 됐고 나아가 ‘안전’하면 ‘이복희’라는 인물이 떠오를 정도가 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이로 인한 재난사고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 폭염, 폭우, 가뭄, 산사태 등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공장에서 유출되는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나 기상이변, 통신시설 교란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많은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기법 또한 다양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뜻 있는 분들과 스터디 모임도 하면서 양질의 교육자료 계발을 위해 애쓰는 중이고 그밖에 현장 실습교육 연구나 완성된 결과물을 교육 요청 사업장에 전파하는 일도 감당하고 있다.
▲ 재난안전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과 다르게 민간기관이 더 특화된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재난과 관련해 늘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하실 것 같은데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무슨 일만 벌어졌다 하면 항상 관련자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고 아무런 해법이나 대비책도 찾지 못한 채 다음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현상을 너무나 자주 목격한다. 사실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덜 되었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이나 제도를 강화하기 이전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면 안전사고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얼핏 재난과 주인의식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재난안전교육의 목표는 각 개인이 안전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 안전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것이다.
공공부문과 민간기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자율성과 속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부문은 모든 조직이 체계화 돼 있고 표준적인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만큼 어떤 일을 진행하려면 위에서부터 전달된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연관된 부서가 많다 보니 일처리가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기관은 이에 비해 자유롭고 보다 속도감 있게 움직일 수 있다. 즉 대표자의 결정에 따라 조직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간기관의 특징은 특히 교육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데 연간 수백 곳의 강의 현장에 다니다 보면 수많은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 교육 일정이 바뀌거나 교육생 중 일부가 참석하지 않는 정도는 애교 수준이고 준비한 기자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교육 현장의 여건상 실습을 겸한 안전교육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 강사의 숙련도나 경험, 판단력에 따라 강의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하고 준비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나 방식의 강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계획된 것, 예정된 것에서 벗어나 미처 생각지 못한 교육을 했을 때 오히려 강사나 교육생 모두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아마도 주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내용을 기계적으로 쏟아내는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열렬한 반응은 얻지 못했을 거다.
결국 이러한 민간기관의 장점은 연령대, 직업, 장소, 시기 등에 따른 세분화 된 맞춤형 교육을 가능케 하고 교육생들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주인의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기존의 교육은 강사가 앞에서 강의하고 교육생은 가만히 앉아서 졸거나 시간만 때우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교육으로는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없으며 오히려 교육생들에게 안전교육은 지루하고 별로 도움도 안 되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인상만 심어주게 된다. 하지만 교육생들의 관심사와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끊임없이 소통한다면 결국 그들 스스로가 안전의 주체가 되는 변화의 길목에 들어설 것이다. 물론 한두 번 교육했다고 모두가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래서 같은 내용, 아는 내용이라도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이를 수요자의 니즈에 맞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재난안전교육연구소와 같은 민간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안전교육 명강사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안전을 전파하시는지.
강의장에 들어설 때면 저는 제가 무엇을 하러 이곳에 왔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매번 그날의 주제에 대해 이 시간이 아니면 또 전할 기회가 없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강의를 하는데 교육생들이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청중과의 교감이 이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특임교수로도 활동하고 계신다 고 안다. 전문인력 양성에 있어 어떤 부분에 도움을 주시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주위 사람들이 “언제나 열정이 넘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연찮게 그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 좋게 비쳤는지 올해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안전학과 특임교수로 임명을 받는 뜻깊은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싶다는 제 오랜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위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귀한 기회를 나의 만족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 이 길을 가지 못하는 주위 분들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주위에 후학 양성 및 소방학 연구에 힘쓰시는 소방과 관련된 분들에게 학교와 학과를 알리고 있고 나아가 해당 분야와 무관한 이들이나 시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도 홍보를 하고 있다. 향후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그래도 약간의 생각이 있으신 이들에게 차와 식사를 함께 하며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 사회복지사로 활동하시는 한명이 학교에 입학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저 또한 흐뭇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러움도 생긴다. 무엇보다 나이가 젊으니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기도 하고 저는 그 나이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온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안전 자격증 열풍이 불고 있다. 자격증을 다수 보유하고 계신 소장 님으로서 노하우를 말씀해주신다면.
사실 노하우라고 할 것이 없어서 조금 부끄럽다. 그래도 굳이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인생에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는 제 인생 모토가 그 노하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 날 모든 배움과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 안전교육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강의를 하게 됐는데 젊은 시절 교회학교에서 아이들과 노래 부르고 율동하면서 동화 구연하듯이 이야기하던 경험들이 진가를 발휘했다. 한 달에 수십 회에 걸쳐 진행된 안전교육에서 자연스레 강의 경험을 쌓게 됐고 이를 발판으로 교육의 기회를 계속 펼쳐 나갔다. 또 활동하면서 만났던 분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것도 또 수십 종류의 자격증을 따게 된 것도 모두 주변 분들의 권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뭐가 됐든 배워두라고 항상 말하곤 한다.
조언을 해준 분들 대부분이 평소에 눈여겨봤다가 연락주시고 좋은 기회를 소개해 준 경우가 많은데 만약 평소에 건성으로 강의하고 주어진 기회를 기회인지 모르고 그대로 흘려보냈다면 어땠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조건을 재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놓치는 기회를 묵묵히 내 일이라 생각하고 해냈던 것 같다.
이런 태도가 인생에 있어서도, 경영이나 사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살아보니 지금은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들이 훗날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기회를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 평소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근원은 무엇인가.
강의장에서 늘 담당자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강사님은 어쩌면 그리도 열정이 넘치는가”라는 말이다. 그리고 만나는 이들마다 “밝은 모습이 보기 좋다”, “인상이 좋다” 면서 에너지가 넘친다고들 한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그렇게 이야기 한다. “오늘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니 그렇다” 열정이 넘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의 강의 한 번이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들로 인해 사회도, 국가도 안전해지고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생각을 하면 영혼 없는 강의는 결코 할 수가 없다.
지금도 활발히 강의 활동을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교육장에서 수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감사하고 교육 받은 분들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인사해 주시는 것도 감사하다. 그런데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모든 일에 감사하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이 활력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여러 계획이나 바람, 소망 등이 떠오르지만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안전교육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재난안전교육연구소 소장으로서 뿐 아니라 이복희 개인으로서도 성취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 외에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안전교육에 일가견이 있고 실력이 있다 해도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저를 알아봐 주시는 이들이 많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만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저서에서 “모두 똑같은 습관을 지니고 있다면 누구라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그저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하다 보면 얻게 되는 선물이나 부상 정도로 여기려고 한다. ‘안전’하면 ‘이복희’라는 인물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를 정도면 족할 것 같다.
이복희 소장을 필요로 해서 불러주고 찾아줄 때까지 건강도 챙기면서 더 많은 배움과 열정으로 달려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