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법무법인(유) 율촌 중대재해센터 공인노무사

올해 추석은 달력상 하루만 휴가를 더하면 열흘 가까이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된다. 많은 국민에게는 모처럼의 장기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되겠지만 산업현장에는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건설·제조업에서는 연휴 전까지 공정을 마무리하려는 압박으로 야간작업과 특근이 늘고 관리감독이 소홀해진 상황에서 고위험 작업이 무리하게 진행되곤 한다. 물류·운수업은 폭증한 물량을 처리하느라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졸음운전이나 과로사 같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는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영세 사업장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안전보건 관리 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의원이 2024년 9월에 공개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설·추석 연휴 기간 동안 산업재해로 36명이 숨지고 2110명이 다쳤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상자가 72.3%에 달했으며 전체 사망자의 80%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나왔다. 명절 연휴는 단순히 물량이 많아지고 일정이 촉박해지는 정도를 넘어 안전관리체계 자체가 느슨해질 수 있는 시기다. 평소라면 위험 작업을 통제할 관리자가 있어야 하지만 연휴 기간에는 관리자가 부재하거나 숙련도가 낮은 인력이 대체 투입되면서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휴가와 인력 공백으로 인해 정비·점검 같은 기초적인 안전조치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결국 재해는 단순히 노동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공백과 시스템 부실이 겹쳐진 결과로 나타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제5조 제1항 제2호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경영책임자가 종사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명절과 같은 특수 시기에 장시간 근로 등 위험요인을 방치한다면 이는 단순히 근무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법원도 근로자에게 과도한 장시간 노동을 시켜 상해를 입게 한 경우 사용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결국 명절 전후 사고는 그 발생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 가능한 만큼 사업주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인력 배치를 조정하며 안전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할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

이에 명절 시기는 매년 반복되는 위험이 예측 가능한 만큼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상시적 관리체계로 다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휴 전후 일정과 물량을 분산하고 무리한 납기 요구를 완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작업량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현장 지침을 강화하더라도 근로자들은 과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근로시간 관리 또한 핵심이다. 연속근로에 상한을 설정하고 특히 야간작업이나 특근과 같은 피로도가 높은 업무는 별도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관리감독자의 공백도 최소화해야 한다. 휴무 시에는 대리자를 지정해 관리체계가 유지되도록 하고 추락이나 붕괴와 같은 고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작업은 연휴 직전에는 가급적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안전관리 인력을 지원하거나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위험도가 높은 공정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을 집중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많은 국민이 오랜만에 긴 휴식을 누리게 되는 올해 추석에도 일터에 남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과중한 업무와 안전사고의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명절이 가족과 공동체 모두에게 따뜻한 시간이 되려면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건강과 안전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번 황금연휴만큼은 그 소중한 가치가 온전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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