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현장에서의 ‘감리 부실’은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사고로 이어진다. 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는 관습(慣習)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감리 부실’을 원천봉쇄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건설공사의 신공법 적용이 늘면서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감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공사현장에서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붕괴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경종이 울려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간한 ‘잠재 재난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감리 부실’이 국민안전의 새 위협으로 나타난 사례들을 적시하고 “감리자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책임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감리자선정방식 개선, 공사중지 권한강화, 전문교육 확대를 비롯한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 도심지와 외곽지대를 불문하고 도처에서 지중화 건설사업이 한창이고 도심지 교통수요 증가에 따라 지하도로 건설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지하공간에서의 작업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반밀폐된 구조 특성상 유독가스 확산과 대피 곤란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느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연계된 모든 정보서비스가 마비되는 ‘디지털 블랙아웃’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도 문제다.

정부는 이러한 특수성을 인지하면서도 그 대책이 소극적이라는 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잠재적 재난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요소별 대응방향을 제시하는 건 당연하나 지시·통제 일변도의 행정력이나 사고발생 후 수습 등 사후약방문격이 돼서는 효력이 미흡하다.

감리는 ‘건물안전의 최종보루’다. 건설현장에 감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고질병이다. LH의 경우 주택공사 현장 가운데 법정 인력기준을 충족한 곳이 고작 14.5%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부는 건물붕괴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공공기관 출신 전관들은 감리회사 뿐아니라 설계 및 건설회사에도 영입돼 수주에 활용되고 있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발주와 설계·감리·시공 부문이 서로 견제하면서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건설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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