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 "보안 취약해 등기 배달 불가"…특정 업체 독점 의혹도 제기돼
7년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개인정보보호와 집배원 근로여건 개선을 내걸고 야심 차게 도입한 '스마트우편함' 사업이 실제 현장에서는 핵심 기능이 빠진 채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LH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장비가 법적 요건을 갖춘 '스마트우편함'이 아닌 '무인택배함' 수준에 불과해, 보안 문제로 등기우편물조차 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2017년 LH는 우정사업본부와 협력해 우편물 분실과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집배원의 재배달 수고를 덜기 위한 IoT 기반의 스마트우편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LH가 제시한 스마트우편함은 ▲전자 잠금장치 ▲사용자 인증 ▲등기 바코드 인식 및 서버 저장 기능을 통해 비대면으로 등기우편물을 안전하게 수령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사업이 7년째에 접어든 현재, 현장의 모습은 애초의 약속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준공된 성남 위례자이더시티 아파트의 경우, '스마트 포스트 박스'라는 이름의 우편함이 설치됐으나 등기 바코드 리더기와 같은 핵심 기능이 빠져 있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우편물 분실 및 훼손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까지 부착한 것으로 알려져, 스마트우편함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관할 우체국에서는 보안 취약을 이유로 해당 우편함에 등기우편물을 배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스마트우편함 납품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LH가 제시하는 시방서(제품 규격서)가 우정사업본부의 필수 기술 요건에 미치지 못하며, 이로 인해 특정 업체가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스마트우편함 개발사는 LH가 의도적으로 시방서를 왜곡해 공정한 경쟁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공공 편의시설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입주민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우편물 분실 위험에 노출되고, 집배원들은 여전히 등기우편물 대면 배달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스마트우편함'이 단순한 이름뿐인 시설이 아니라 법적 요건을 갖춘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인 LH의 명확한 기술 표준 재정립과 철저한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