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법무법인(유)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
2025년 어느 날 사고 발생 소식을 듣고 고객사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 사무소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2023년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그 아래 대표이사의 서명이 적힌 액자였다.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며 변경 주기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출발점’인 경영방침과 목표는 단순한 형식적 요건을 넘어 경영책임자의 의지와 철학, 그리고 위험 개선을 위한 노력이 담겨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립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방침과 목표는 종사자들에게도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돼야 하며 이는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시작점’으로서 종사자의 구체적인 작업 환경을 결정짓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에는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과 각 사업장의 실질적인 유해·위험요인을 반영하여야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측정 및 달성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또 ▲ 종사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실천하도록 하도록 전파함으로써 사업장의 위험요인 제거에 기여해야 한다. 즉,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 수립 시 아래와 같은 사항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령은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의 수립이나 변경 주기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2021년 11월)를 통해 ‘반복적인 재해 등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소하기 위한 경영적 차원에서의 노력이나 구체적인 대책 방안 등을 반영한 목표나 경영방침을 수립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목표나 경영방침 수립을 명백히 해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만 설명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변경 주기를 설정하고 있지는 않다(46쪽).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제14조 제1항에서 대표이사에게 '매년' 회사의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 및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는 규정과 대비된다. 법원이 이에 관해 ‘두 의무의 내용은 상당 부분 중복될 수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계획은 매년 사업장의 상황을 고려한 구체적인 계획인 데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목표와 경영방침은 사업을 수행하면서 각 부문에서 항상 고려해야 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기본적인 경영철학과 의사결정의 일반적인 지침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판시한 것을 보면(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8. 25. 선고 2023고합8 판결 참조), 각 의무는 그 특성을 고려해 수립 주기에 차이를 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령이나 고용노동부의 해석 등에 의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를 매년 변경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존의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가 사업의 특성과 유해·위험요인에 맞춰 적절하게 수립됐고 그에 따른 실행 로드맵도 마련돼 있다면 단순히 해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이를 변경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고객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 아래 기재된 ‘2023년’에 눈이 갔던 이유는,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가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 가장 우선적인 의무로 규정돼 있는 만큼 기업의 안전보건 체계의 정비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법원이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명목상에 불과한 경우’를 의무 위반으로 인정한 것을 보면(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8. 25. 선고 2023고합8 판결), 수년간 방치된 경영방침과 목표는 현재 체계의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의무 미이행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는 각 사업장의 특성과 위험요인을 고려해 이에 부합한 내용으로 수립돼야 하며 이를 매년 변경해야 하는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방침과 목표가 수년 동안 변경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면 이는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안전보건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를 연 1회 등 정기적 점검을 통해 적절성을 검증하고, 필요한 경우 최신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