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영 법무법인(유)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
고용노동부에서는 산업재해에 엄정 대응을 예고하면서 기업에도 “예외와 관용은 없다”며 산재발생에 대한 엄정처벌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경찰 역시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에 맞춰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신속하게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대재해로 인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별 건으로 문제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지는 않을지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방대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휴대전화가 압수수색의 대상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별 건 자료가 압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압수 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압수 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그중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는 압수 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돼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 수색영장 범죄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혐의사실의 내용, 수사의 대상과 경위 등을 종합해 구체적 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으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등 참조).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 수색에 있어 그 저장매체 자체를 외부로 반출하거나 하드카피 이미징 등의 형태로 복제본을 만들어 외부에서 그 저장매체나 복제본에 대해 압수 수색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 이외에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탐색 복제 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 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 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해 그러한 정보에 대해도 적법하게 압수 수색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압수자에게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압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도344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절차에서 수사기관이 무관정보를 무분별하게 탐색·복제·출력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 절차는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 또 저장매체 자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반출 이후 탐색·복제·출력이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 전부가 압수·수색의 집행절차에 해당하므로 그 전 과정에 피압수자 등과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피압수자 등 참여권자가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한때 또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미리 집행의 일시·장소 등을 통지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나(형사소송법 제122조 단서, 제219조), 피의자 등의 참여권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위와 같이 통지의무의 예외로 규정된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오늘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정보저장매체에는 범죄혐의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일상생활에 관한 전자정보(무관정보)가 압수 대상인 혐의사실에 관한 전자정보(유관정보)와함께 광범위하게 혼재돼 있어, 이와 관련한 개인과 기업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에 대한 압수·수색 등의 강제처분을 하는 수사기관이 무관정보까지 탐색·복제·출력하지 않도록 할 절차적 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참여권은 영장주의의 수사기관에 대한 소극적 측면에서 작동한다. 즉,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영장에 의하여 그어진 선, 즉 ‘관련성 원칙’의 밖에 있는 증거물인 무관증거로 나아갈 때 이를 억제하고 그 효력을 부인하는 힘이다. 참여권은 이러한 영역에서 위 선 밖에 있는 증거물인 무관증거에 관해 가지는 강제처분 대상자의 이해관계를 보호한다.
결국 피압수자 등은 참여권을 적극 활용하여 중대재해 사건 이외의 자료들과 관련없는 무관증거가 발견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탐색 범위와 기간 등을 제한하여 애초부터 불필요한 자료들이 현출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