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원 법무법인(유)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가 산업재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에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요인 등 대응조치가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권리이다.
그런데 사업의 특성에 따라서는 근로자의 임의적인 작업 중지가 사업에 큰 지장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고 실제 급박한 위험이 없음에도 근로자들이 신중한 검토없이 작업중지를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인사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와 같은 사유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라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다288662). 위 판례의 반대 해석상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합리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작업중지를 하는 경우에는 작업중지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는 차원에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한 인사조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례 중에는 노조지부장이 “작업장통로 페인트칠 작업이 안전상의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작업을 강행하므로 작업환경이 열악해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들을 퇴근시켜 9시간 동안 연선기 274대의 가동을 중단시킨 사건에 대해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단지 신청인이 주관적으로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고 작업중지 지시를 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는 근로제공 의무를 부당하게 거부한 것으로서 이를 이유로 징계해고조치한 것은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행사일 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중앙노동위원회 2000. 9. 18. 선고 중노위 2000부해367).
다만 다른 판결례에서 작업중지 행사의 정당성 여부는 원칙적으로 급박한 위험에 관한 상황을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정해두는 것이 아닌 근로자들이 취급하는 유해∙위험요인의 내용과 종류, 작업 장소, 거리, 상해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합리적 근거의 존부는 상당히 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재해예방의 특성상 실제 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재해발생의 위험을 사전에 명확히 파악하는 것
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의 내용과 종류, 위험 발생 예상 시 필요한 조치, 대피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며 근로자들이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작업중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유해위험의 요인을 망라해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가 임의로 ‘급박한 위험’의 범위나 종류를 열거하고 그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 행사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급박한 위험의 범위가 모호하여 근로자들이 임의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귀사가 작업중지권의 행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대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급박한 위험의 적정 범위(위험도)를 정하여 제시하고 회사가 제시하는 상황 이외에도 근로자 스스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도록 기준과 절차를 제시하는 것은 작업중지권 행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도 더욱 충실히 이행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