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안전보건공단 경북동부지사 부장

“○○지역 ○○업체, 설비에 작업자 끼어 사망.”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오픈채팅방 ‘중대재해 동향 및 자료공유’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중대재해 사이렌이 울린다.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 산업현장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알림이다.

올해 상반기 대구·경북지역의 사고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 지자체, 안전보건공단, 민간재해예방기관이 협력하여 9월 말까지 ‘사망사고예방 100일 특별대책’을 시행 중으로 특정 요일과 지역을 중심으로 패트롤 현장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경북동부(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지역만 보면 상반기에 제조사업장에서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한 수치다. 이 중 5건은 정비·청소·교체 등 비정형작업 중 발생하였으며, 발생형태로는 기계·설비 끼임사고가 3건이었다. 특히 금요일에 4건, 지역별로는 포항 남구와 경주에서 각각 3건씩 발생했다.

포항 남구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 및 그 관계사가 밀집해 있고 경주 외동 지역은 50인 미만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가 다수 분포해 있다. 이들 사업장은 크레인, 지게차, 산업용 로봇, 공작기계, 컨베이어 등 다양한 위험기계·기구·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고는 주로 정비·점검·청소·교체 등 비정형작업 시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의 제조업 끼임사고를 분석해 보면 7월에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7월 끼임사고 점유율이 19%로 타 시기 평균(7.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장마철 이후 설비 보수 증가, 폭염에 따른 작업자 집중력 저하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을 방문해 보면 소규모 사업장에서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하지만 점검표나 기록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록 없는 점검은 형식에 불과하며 특히 위험한 기계·설비가 상시 가동되는 제조현장에서는 반드시 체계적이고 문서화된 점검이 필요하다.

점검의 시작은 현장 실정에 맞는 점검표 작성이다. 제조사업장마다 기계·설비의 특성에 맞는 점검표를 공정별, 설비별, 작업별 등으로 구분하여 직접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이러한 점검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자율점검표를 활용해 우리 사업장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율점검표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경북동부지역 제조사업장의 사망사고 키워드, ‘비정형작업, 끼임사고, 금요일’ 이 세 가지를 기억하고 자율점검을 철저히 실행한다면 끼임사고은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망사고 발생률이 높은 만큼 더욱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7월, 지금이 바로 우리 제조사업장의 ‘끼임사고예방’을 위해 점검할 때이다. 실천이 생명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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