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제사법위 의결안 중 ‘유예안’ 제외
‘여야 2+2 협의체’ 논의 예정에도 불발
현 중대법 그대로 이달 27일 시행 공산 커
정부, 영세 중소기업 어려움 외면하는 것

/ 사진 = 연합뉴스. 
/ 사진 = 연합뉴스. 

안전보건관리체계 미흡 사업장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 처벌이 핵심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달 말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될 공산이 커졌다.

정부여당이 이들 규모 사업장의 ‘준비 부족’을 감안, 법 적용을 미뤄준다는 법안을 밀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의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이날 타 소관위 회부안 포함 124건의 법안에 대한 체계 자구 심사를 진행, 100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여당(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적용 유예안이 지난해 9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이날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자연스레 이날 법사위 후 열린 본회의서도 오르지 못했다.

이에 이날 임시국회가 끝남에 따라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상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시침도 그대로 이달 27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여야는 민생, 쟁점 법안의 신속 처리를 위한다며 ‘여야 2+2 협의체’에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안을 넣은 바 있지만 불발이다.

‘중소업계 중대재해법 준비 애로’를 들며 정부여당은 유예안 통과를 추진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상황이 다른 중소기업은 복잡하고 상이한 법 내용에 따른 준비 부족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만성적인 인력난 속에 안전 및 보건관리 전문인력 확보 및 비용 문제, 기업의 대표가 대부분 업무를 책임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 폐업 가능성 등 법 준수 어려움과 함께 고물가, 고금리 등의 현실서 기업 도산이 우려된다는 것도 유예 필요 이유다.

경제6단체 인사들 / 연합. 
경제6단체 인사들 / 연합. 

여기에 경영 관련 주체 대부분이 속한 6단체(중기, 경총, 대한상의 등)도 이달 초,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우려된다며 2년 추가 유예 촉구에 입을 모은 바 있다.

노동계는 현행 그대로 시행 주장을 펼쳐왔다. 법 제정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유예 기간을 줬는데 또 준다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고 유예될 시 법에 규정된 재해 재발방지 대책, 시정 이행, 점검과 교육 등도 같이 미뤄져 이들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의 현장 안전이 다시 등한시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법 통과를 위해 협조가 필수적인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 재발 방지 정부 대책 등이 포함된 조건 제시를 통해 유예안에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했고 여야 협의체 상정에도 결국 평행선을 달리다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이들 양 주체는 제시하는 통계도 달랐다. 여당과 경영계 쪽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 85.9%가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는 현장 여론과 서류에만 치우친 현장 대다수, 해외 관련 법안 비교 시 처벌 과도가 골자인 통계를 들며 유예 당위성을 피력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 반대 민주노총. 

노동계 쪽에선 중대재해 80%가 50인 미만 사업장 발생한다는 점과 이들 사업장 중대재해 시 유일 처벌 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의 재범 비율이 일반 형법 2배라는 점 등을 들었다. 여기에 법 관련 국민 여론 조사 결과서 10명 중 7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찬성 여론을 들고 나온 바 있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와 관련되서도 관점이 다른 상황. 중대재해법 사건에 대해 검찰이 사법부로 기소 의견으로 넘긴 건수가 10건 중 9건 꼴로 대부분이고 법원도 넘어온 전체 사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었다는 것을 들어 법이 과다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노동자 사망 등 전체 중대재해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고 법원으로 가도 실제 경영책임자에 대부분 집행유예가 내려져 실형이 확정된 건수는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시 현장 및 현업 분위기에 관해 노무법인 더원이엔씨 이덕조 대표노무사는 “그간 50인 미만 사업장들 사이에선 ‘정치권에서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대비를 미루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50억 미만 건설현장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여력도 마땅치 않고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안대로 이달 27일 중대재해법 적용 시 준비에 관해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대비란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위험성평가, 인적 및 물적 투자 등 관리적 요인만 신경쓰면 된다”고 말하면서 “현행 법 적용 중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란 속에서도 준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동욱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는 “현장에서 50인 미만 규모 사업장 중 중대재해법을 준비한 곳을 거의 보질 못했다. 잘 준비된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속수무책 법에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밖에 중대재해 분야에 전담팀 구성 등 중소기업 안전보건 컨설팅을 준비를 해온 노무법인엔 이른바 물량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업계로부터 전해졌다.

이와관련, 고용노동부 등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정부, 경제단체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83만7000개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덧붙여 야당의 요구조건과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 예방체계를 갖추고자 적극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약분야 중심으로 준비와 대응이 부족한 상황임을 인정했으며 83만7000개 사업장 대상으로 향후 2년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내용의 관계부처 합동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했고 중기중앙회, 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도 정부 대책에 적극 협력하고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보건을 확보토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법률이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이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시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를 보고 미흡 시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 50억 이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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