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중독 피해업체 노동자 “어떤 물질 사용하는지 교육조차 받지 못해”

최근 열린 급성중독 직업병 관련 국회토론회 / 사진 = 강은미 의원실 제공.  

최근 경남 지역 노동자들에 급성중독을 일으킨 물질(트리클로로메탄) 제조업체 ‘유성케미칼’이 과태료 500만원에 불과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9명을 급성중독에 빠뜨린 ‘중대재해’를 일으킨 데 책임은 분명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과 함께 해당 업계가 법 면피 목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중독사고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는 최근 ‘두성산업·대흥알앤티 급성중독 직업병 해결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 민주노총, 일과건강 공동 주최로 열렸다.

올 2월 경남 창원 두성산업 세척작업 노동자 16명에게서 독성물질 급성중독이 확인된 것에 이어 이달 초 대흥알앤티 노동자 13명도 같은 증상인 간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이들 사업장에 독성물질을 공급하고 제조한 업체가 바로 유성케미칼로, 문제의 트리클로로메탄을 타 물질로 속이고 허위 표기해 판 것도 확인됐다.

하지만 이 유성케미칼은 결과적으로 과태료 처분만을 관할 지자체로부터 받았다. 경남 김해시는 최근 유성케미칼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것도 대기배출시설 변경신고 미이행 때문이고 화학물질 안전을 강화토록 했다고 김해시측은 밝혔다.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가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국회토론회서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유성케미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을 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시장에서 중독사고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세척제 시장은 산업안전보건법 특별관리물질 지정과 화학물질 관리법 유독물질 혼합물 함량 기준 변경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성분을 속여 판매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노동자 건강 단체인 ‘반올림’ 관계자도 “모르면 몰라서 중독되고 병들고 죽는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해도 정보를 어떻게 숨기고 어떻게 언론에 대응할지만 신경 쓰고 있다”고 업계에 날을 세웠다.

유성케미칼뿐 아니라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측의 재해 예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흥알앤티 소속 세척공정 노동자는 이날 토론회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게시도 노조가 생긴 이후부터 하기 시작했고 게시는 돼있지만 이번 트리클로로메탄에 대한 물질은 표기돼있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은 어떠한 물질을 사용하는지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그는 국소배기장치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는 “지난해 9월부터 국소배기장치의 풍속이 느린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회사 쪽은 차후에 국소배기장치 일부를 개선했다고 주장했는데 어디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알 수가 없다. 국소배기장치만 미리 손봤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고 했다.

이같은 문제의 대책으로 정부측으로 참석한 고용부 화학사고예방과 관계자는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대체자료 심사 제도 보완을 내놨다. 관련 심사를 강화하고 대상 사업장을 확대해 물질안전보건자료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 의원도 후속책으로 성분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할 경우 3년 이상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벌금을 부과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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