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큰 소리를 치더니 꼬리 내린 마라도나의 모습은 처량했다.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과의 8강전에서 0-4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경기 전부터 독일 선수들과 ‘장외 설전’을 펼쳤었지만 참패 앞에 더는 할 말이 없게 됐다. 마라도나는 경기 후 “내 생애 가장 힘든 날”이라며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그렇게 진 것은 마치 무하마드 알리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과 같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월드컵 축구는 한 대회가 끝나면 다음대회까지 또 멀고 지루한 준비에 들어간다. 승자나 패자나 다음에 또 만나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훈련해야 하고 그러함에도 막상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 패전의 멍에를 써야 한다.세상 사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아서 준비가 없으면 안전하게 살 수가 없다. 그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지난번 대형참사를 빚은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사고는 안전교육만 잘 돼 있었어도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사고였다. 주행 중 차량이 엔진고장으로 멈춰섰는데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아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달리던 고속버스가 추돌 추락한 것이다.이 사고로 유명해진 것이 삼각대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 삼각대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정작 이를 차에 싣고 다니는 운전자조차 내 차에 삼각대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삼각대를 준비하지 않은 채 차를 운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차주나 운전자들은 이 삼각대를 굳이 돈 주고 사려 하지 않는다. 차를 구입할 때 대부분 서비스품목으로 삼각대를 주기 때문이다. 설령 이것이 빠져 있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번 인천대교 참사를 보고서야 내차의 삼각대를 점검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간단히 삼각대라 부르는 이것은 자동차 주행 중 차량의 결함이나 뜻밖의 사고로 인해 차량이 도로에 정차 중일 때 주행 중인 다른 차량으부터 안전을 유도하기 위해 도로에 설치하는 삼각 안전표지를 말한다. 타 차량의 운전자에게 정차 사실을 빠르게 인식시켜 부주의한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월드컵 경기에서 자주 보았듯이 축구의 주심은 두가지 색의 카드를 갖고 있다. 경고의 노랑 카드와 퇴장의 빨강 카드다. 빨강은 강력한 규제를 의미한다.도로교통의 안전을 위한 교통표지도 내용에 따라 그 표시하는 모양과 색상이 다르다.교통안전표지의 종류와 방식·설치장소 등은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4조에 명시돼 있고 이 규정에 의한 안전표지는 5가지다.① 주의표지 : 도로의 상태가 위험하거나 위험물이 있음을 주의 또는 경고하는 표지이며 삼각형의 황색 바탕 위에 적색테를 두른 형태. ② 규제표지 : 각종 통행의 제한이나 금지등의 규제를 알리는 표지이며 형태는 원형 역삼각형 팔각형 오각형 등 다양한 모양이 있고 백색 또는 청색 바탕 위에 적색 테를 두른 것과 적색 바탕에 규제할 내용을 표시. ③ 지시표지 : 도로의 통행방법이나 통행 구분 등을 알려 “이렇게 하십시오”라고 지시하는 표지이며 형태는 원형 사각형 오각형 등의 표지판으로 청색 바탕 위에 지시해야 할 내용을 기호 또는 문자로 표시. ④ 보조표지 : 위의 3가지 주기능을 보충하기 위한 경우. ⑤ 노면표지 : 각종 주의·규제·지시 등의 내용을 노면에 기호·문자·선으로 알리는 경우 등이다.사실 말이 났기에 하는 말이지만 어쨌든 이왕지사 차가 1차선이고 2차선이고 도로 한복판에 서버렸다면 100m 후방으로 가서 삼각대 설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얘기다. 차가 그리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어찌 100m 후방으로 걸어가서 삼각대를 설치할 수 있을까.이런 경우에 대비한 안전교육이 필요하고 실제에 적응할 수 있는 안전체험도 필요하다. 차에 이상이 있어 시동이 꺼진다면 그 즉시 비상깜박이를 켜고 차를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시켜야 하며 만일 차가 도로 한복판에서 서버렸다면 일단 차 뒤에 안전표지를 설치하고 차를 앞으로 좀더 안전하게 밀어 놓은 뒤 사람이 대피하는 수도 있다.그나저나 이런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꼭 필요한 것이 삼각대다. 카메라 한 대를 살 때도 값비싼 ‘삼각대’를 함께 챙겨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싣고 다니는 차량에 값도 싼 교통안전 삼각대를 비치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내 차에 삼각대가 실려 있나 당장 살펴보고 없으면 바로 챙겨놓아야겠다. 삼각대 미비치는 범칙금이 싸서 신경을 별로 쓰지 않나 본데 이 때문에 큰 사고라도 당할라치면 이야말로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다.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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