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7~8월에 2, 3개의 태풍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태풍은 여름철의 가장 두려운 불청객이다.2002년 8월 31일부터 이틀간 발생한 `루사’는 재산 피해액이 5조원이 넘으며 2003년 9월 중순 부산, 경남지역을 덮친 `매미’는 4조원이 넘었다. 과거 태풍이 불어 온 시점을 보면 대부분 7월에서 9월 사이에 왔다. 태풍 셀마는 7월, 특히 사라, 매미, 루사, 나비는 모두 9월에 왔다. 매미(2003. 9. 12.), 셀마(1987. 7. 15.), 사라(1959. 9. 17.)가 우리나라를 뒤덮은 대표적인 태풍들이다. 매미는 최대순간풍속이 초당 60m, 셀마는 초당 50m, 사라는 초당 45m로 불었다.‘최대순간풍속’이라 함은 하루 중 바람이 순간적으로 가장 세게 불었던 때의 풍속을 말한다.최대풍속이 초당 44m 이상을 매우 강한 태풍이라 하는데 초당 60m 정도가 되면 철탑이 휘어지는 파괴력을 가진다.태풍이 불면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타워크레인(Tower Crane)의 피해가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타워크레인은 작업용도상 사방이 뚫린 옥외에 그것도 공사 구조물의 맨 꼭대기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공사현장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서 옥외에서 외로이 온갖 풍상을 견뎌내야 한다. 작업시 구조적 안정성은 당연한 요구조건이므로 논외로 하고자 한다.그러나 태풍이 불 때 강력한 풍압을 이겨내지 못하면 격자로 구성된 마스트와 지브로 구성된 철구조물이 넘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 태풍으로 넘어진 타워크레인의 몰골을 보면 우람한 위용은 다 어디 가고 마치 휘어진 엿가락과 같다. 타워크레인은 도심의 고층건물공사, 아파트공사, 교량공사 등에 반드시 필요한 대표적인 건설기계이다. 공사 당시 높이 238.5m의 인천대교와 지상높이 249m의 63빌딩 꼭대기 위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을 각각 볼 수 있었다. 건설현장을 보여주는 사진 전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계이다. 그리고 가끔 언론에서 비춰주는 고공농성 시위 용도로 엉뚱하게 쓰이는 기계이기도 하다.도심의 공사 중에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하면 대개는 인근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면서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가끔 있다. 타워크레인은 바람이라도 심하게 불면 금방 넘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 설치된 모습을 보면 T자 모양 구조물이 교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이 균형이 깨지는 순간 몸체가 바로 넘어지거나 붕괴되면서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무게 중심점이 높은 곳에 위치해 풍하중 또는 자중에 의해 항시 넘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타워크레인이 가장 대표적인 위험기계로 분류된다. 역대 제일 강력했던 태풍 ‘매미’에 의한 재해를 상기해 본다.2003년 9월 12일 오후 8시경에 불기 시작한 태풍으로 인해 부산, 경남 지역의 태풍 이동경로 주위에 설치된 많은 타워크레인이 넘어졌다. 특히 부산항 부두에선 처참한 광경이 연출됐다.잇따라 무너져 내린 대형 크레인 11대가 휴지처럼 구겨지며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대형 여객선을 개조해서 만든 해상관광호텔은 선착장으로 떠밀려와 반쯤 기운 채로 좌초됐다. 순간최대풍속 초속 60m 태풍 매미의 위력은 이렇게 강력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태풍 매미가 지나간 후에 타워크레인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검사원들을 현장에 급파했다. 부산, 양산, 울산, 창원 지역의 피해 타워크레인 31대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설계풍속의 기준을 훨씬 초과한 태풍의 속도가 피해를 일으킨 주원인으로 파악됐다.국내 건축법에서 정한 부산지역의 설계기본풍속은 초당 40m, 태풍 매미의 순간최대풍속이 초당 60m였다. 그리고 타워크레인의 지지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와이어가잉(Wire Guying) 방식으로 지지된 것들이 대부분 피해를 당했다. 이 방식은 타워크레인과 건물 또는 지상 구조물과의 지지를 위해 와이어로프를 긴장시켜 지지해 주는 방식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설치비용 및 설치의 용이성 등을 이유로 건설현장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태풍 매미의 사례에서 와이어가잉에 의한 지지방식이 태풍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여실히 입증됐다.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피하려면 타워크레인의 몸체인 마스트에 ㅁ자 형태의 지지틀을 부착해 견고하게 벽체에 지지해야 한다.머지 않아 태풍이 온다.전국적으로 4000여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사용 중이다. 또 다시 당하는 것은 매우 우매한 짓이다. 태풍 매미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유비무환(有備無患), 철저히 대비해 태풍 피해로부터 타워크레인을 안전하게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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