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서 순직한 46명을 영원히 우리 가슴에 기억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적으로는 왜 이런 비극이 벌어졌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회사나 개인이나 단체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부족하거나 미흡한 일이 없는지 점검하고 대처해야 한다. 무사안일하게 하던대로 반복하거나 관행이라고 무관심하게 일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산업재해에 관련된 일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천안함 사고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들의 실상을 거울에 비춰볼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가 부끄러운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머리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21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10만명 당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근로자 비율이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및 사회경제활동 지표변화에 관한 비교연구’에서 2006년말 현재 한국은 산재사고 사망 10만명당 사망률이 20.99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2006년도의 사고사망 10만명 당 사망률은 자료가 있는 21개국 중 우리나라가 20.99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멕시코 10, 캐나다 5.9, 슬로바키아·이탈리아가 5 순이었다. 가장 낮은 국가는 영국으로 0.7에 그쳤고 다음으로 노르웨이 1.31, 스위스 1.4 순이었다.최근 5년간의 사고사망 10만인율에 대해서도 한국은 터키, 멕시코 등과 함께 사고사망 10만인율이 10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 슬로바키아,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등은 2 미만으로 낮았다.10만명 당 사망사고 사망률의 연간 감소율은 우리나라가 2%로 덴마크 0.8%, 캐나다 1.8%에 이어 하위권 수준이었다. 감소율이 전년 대비 10% 이상인 국가는 호주, 헝가리 등이었고 5% 이상인 국가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터키, 영국 등이었다.한편 10만명 당 부상자 비율은 포르투갈이 3996으로 가장 높았고 프랑스는 3940, 오스트리아는 3925, 핀란드 2892, 이탈리아 2744 순으로 높았고 일본은 219로 가장 낮았으며 다음으로 영국 515, 헝가리 574, 한국이 670 순이었다.천안함 사고에 못지 않게 부끄러운 일이다. 미리 사고를 예견하고 대처했어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한 결과는 언제나 엄청나다.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언제든지 사고가 닥칠 수 있음을 직시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결과가 이런 부끄러운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안전보건에 관련된 법이나 규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집행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느슨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어려운 기업체들을 도와준다는 미명 아래 정작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결과도 산업재해를 불러오는데 일조를 했다. 위험에 대처하는 시설이나 설비를 게을리 하는 사업주들에게 일벌백계로 대처했다면 규정이나 법규를 준수하려고 하는 정서가 사업주들의 뇌리에 박혔을 것이고 그렇게 됐다면 이렇게 많은 산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회사의 재정상태를 어설프게 파악하고 안전보건관련 설비들을 유예하는 일을 함으로써 산재를 키웠을 수도 있다.왜 안전보건을 말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회사의 재정상태를 걱정하는가?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하는 임무로 일한다면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렵다고 판단되더라도 정해진 규정대로 시설이나 설비를 갖추도록 명령해야 한다. 지금은 회사가 어려우니까 당분간 안전시설 설치를 유예하는 일은 근로자를 죽이는 살인행위이다. 실직이 된다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만 사고로 죽는다면 얼마나 큰 불행인가?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공무원들의 안이한 생각들이 산재를 키우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법의 집행을 돕고 기술적인 조언을 담당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할도 중요하다. 여러 해 동안 사업장의 유해위험 사항들을 기술지도하고 교육도 했으니 이제는 재해를 예방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정보는 거의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동일한 유형의 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의 없이 반복적인 업무에만 매달리는 결과인가? 왜 열정적으로 일하지 못하는가? 열심히 일한 결과가 실제 사업장에서 제대로 변화하는 결과가 얻어지지 않으니 열의가 식고 건성으로 일하는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기술지도한 내용이 노동관서에서 확실하게 사업장에 적용되도록 추진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모두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72시간 이내에 구조를 하면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도 했고 발을 동동 굴렀다.지금 이 시간에도 어느 사업장에서 어느 근로자는 유해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병들거나 다치거나 죽게 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모두들 발을 동동 구르고 그 곳으로 달려가 그들을 구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또 한명의 희생자로 숫자를 더해갈 것이다.이제는 변해야 한다. 천안함 사고보다 더 심각한 것이 산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산재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을 가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근로자들의 안전과 보건을 강제할 책임을 가진 노동관서는 제 나름대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좋은 기술과 그 기술을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명령하는 힘이 합쳐지면 재해는 예방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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