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55년만에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하토야마유키오(鳩山由紀夫)총리는 집권하기 전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을 ‘문예춘추’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앞으로도 계속 패권국가이고자 하는 미국, 패권국가가 되고자 하는 중국 틈에서 일본은 어떻게 정치·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고 국익을 지켜갈 것인가. 일본 앞에 놓인 국제적인 입지가 실로 어렵기만 하다.”이는 G-3의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곤혹스러운 일본의 처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2009년도 상반기 일본의 대 미국 무역비중은 13.7%에 불과했으나 대 중국무역의 점유율은 20.4%에 달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쪽에 놓여 있는 떡이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일. 하토야마정권이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비교적 무난하던 미·일관계가 일본의 정권교체와 맞물려 친미(親美)는 하되 입아(入亞)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사실상 친중(親中)에 비중을 두겠다는 선언이며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일본을 바라보는 미국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미국의 조야에서 “일본은 더 이상 과거의 일본이 아니며 이제 미국의 골칫거리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막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친 중국으로 방향 선회중인 일본그러한 미국에 대해 일본측이 암암리에 내놓는 반론이라면 “이제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에는 미국의 아시아외교 핵심은 미·일간의 밀착외교가 기본축을 이루고 있었으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미국측에서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관계로 격상시키는가 하면 국제간 주요사안에 대해 두 나라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일이 빈번했졌으니 일본측이 감수해야 했던 섭섭함이 실로 대단했다는 후문이다.하토야마 총리가 미국측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었던 비근한 사례 한 가지 지난 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을 일본이 못마땅해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다름아닌 미 대통령의 두 나라 체류기간의 차이. “왜 일본에 머무는 기간은 1박2일에 불과한데 중국에선 3박4일인가?”이에 화가 나 있었던 하토야마의 노골적인 행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자국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음에도 APEC회의에 참가한다며 먼저 싱가포르로 출발했던 일을 들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아직은 세계최강국이요 맹방인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머물고 있는데 수상이란 사람이 행선지가 같은 곳임에도 먼저 떠난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아마 세계 외교사에도 전례가 없었던 일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의 복장을 무너지게 했던 또 다른 사례,지난 해 7월 2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전략대화 개막연설을 통해 “중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동반자이며 향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21세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추켜세웠던 일, 이 또한 일본이 심히 불쾌했었다는 후문이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중국  이와 같이 사안마다 삐걱거리는 미·일관계를 바라보는 중국이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은 미·일 두 나라 관계가 어떤 형태로든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아시아에서 뿐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고 그와 비례해 중국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앞으로 전개될 동북아시대의 한·중·일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중·일간의 선린관계가 지속되면 될수록 양국에 비해 힘에 부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얽혀있는 한반도 주변정세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 질 것 같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생각이었다.그러던 차에 수일 전 ‘2010 한·중 국제포럼’에 참석했을 때 정덕구 전 산자부 장관의 주제발표내용 중 특히 다음 구절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겠다는 소견에서 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앞으로 동아시아시대에는 韓·中·日 3개국이 어느 정도 조화롭게 분업구조에 의해 보완적 산업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현실적으로 남한만의 국토, 인구, 자원만 가지고는 3국간 3각형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반도가 우선 경제적으로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통합된 국가로 통일되는 것만이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보장받는 길이라고 생각한다.”<행정안전부 산하 (사)강사협회 전문위원, 명강사,  E-mail:kim01@kosh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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