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보신식품이라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요즘은 오리고기와 닭고기를 건강식품으로 선호하고 있고 미꾸라지를 요리한 추어탕도 인기다. 미꾸라지가 우리들이 즐겨 먹는 식품이 되다 보니 그 수입량도 많이 늘었다.  보양음식이 특정한 것에서 차츰 우리가 늘 즐겨 먹던 일반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 중 미꾸라지는 연못이나 논두렁 및 수로에서 살며 유기물이나 미생물을 먹고 큰다.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 두루 분포하며 대개 2~3년 성장하면 식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지금의 노인층이라면 어릴 때 미꾸라지를 잡던 추억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추분이 지나고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면 미꾸라지는 제 맛이 난다. 그 때 논의 물을 빼고 논 둘레에 도랑을 파서 미꾸라지를 잡는다.하지만 미꾸라지를 잡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미꾸라지가 진흙 속으로 재빨리 숨기 때문이다. 잡은 미꾸라지는 나중에 개울가로 가서 깨끗이 씻는다.그것을 집으로 가져가면 기다렸던 어머니가 신기한 듯 큰 웃음소리를 내고 이내 부엌으로 들고 들어가 굵은 소금을 한 움큼 미꾸라지 그릇 속에 집어넣는다.그 때부터 미꾸라지는 난리가 난다. 서로가 엉켜서 거품을 내며 몸에 있던 모든 배설물을 토해 내다가 이내 죽는다.예전에 어머니들이 만들던 추어탕은 들어가는 재료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도 뒤늦게 열려서 아직 여물지 못한 풋고추와 애호박에 마늘이 들어가고 감자를 숭숭 썰어서 넣고 수제비를 만들어서 넣으면 그 맛이 아주 특별했다.집에서 추어탕을 끓이면 혼자 먹기가 미안해서 이웃집의 나이 많은 어르신을 부르고 한 대접의 추어탕으로 안주를 하며 술잔치를 벌였었다.이런 미꾸라지 잔치를 예전에 ‘상치마당’이라고 했는데 이는 노인을 높이고 받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 서울인 옛날 한양에서는 거지들이 추어탕을 끓여서 파는 이권을 갖고 있었다.그 당시엔 거지들에게 ‘꼭지’라는 말을 붙여서 불렀다. 이때의 거지들은 청계천꼭지, 복청교꼭지, 서소문꼭지, 염천교꼭지 같은 조직들을 가지고 있었다.그 꼭지 조직의 우두머리는 ‘딴’을 어미에 붙여서 꼭지딴이라고 불렀다.이들은 나름대로의 자존심을 갖고 있어서 걸식을 할 때 밥만 빌고 건건이를 빌면 안 된다는 철칙을 준수하기도 했었다.특히 청계천 꼭지들은 청계천에서 가장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미꾸라지로 탕을 끓여 얻어온 밥과 같이 먹었다.이것이 나중엔 한양의 유명한 꼭지딴 해장국의 원조가 됐다. 이렇게 미꾸라지는 서민과 가난한 농촌 사람들에게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 됐다.그러나 이제 우리의 농촌에서 미꾸라지를 보기란 쉽지 않다. 농약과 살충제 때문이다. 옛날 검정 고무신에다 미꾸라지를 담아서 놀았고, 철따라 흔하게 잡았던 미꾸라지가 지금은 구경하기조차 어려워 이를 대부분 수입해서 먹는 처지가 됐다. 5월은 어버이의 달이다.어른을 숭상하고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뜻을 널리 전하는 달을 만든 것이다.하지만 미꾸라지 잡던 정경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어르신을 숭상하던 옛 모습도 보기 쉽지 않다. 우리 사회가 지금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돌입하면서 노인 돌보기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음에도 세월이 역류하는 모습이다.특히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노인들의 안전사고는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시설물이나 물품을 이용하는 데서도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비단 어버이의 달이 아니라도 노인안전은 언제나 안전한 나라로 가는 데의 첫 관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5월은 어버이의 날 이전에 어린이날로 시작된다. 그래서 어버이 공경은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내리 사랑이란 말이 있지만 자녀보호에 앞서 부모공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당국의 노인보호시책도 형식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노인이 안전한 나라가 진정한 잘사는 나라이며 선진국이다.누구든 지금 추어탕 생각이 난다면 몸보신 보다 어르신을 모시고 싶은 생각이 먼저 떠올라야 진정 5월답지 않겠는가.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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