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종착역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알면 위험 탈출의 비상구가 보인다.토사구팽이 무엇인가. 요즘은 TV드라마의 대사에 포함될 만치 대중화된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탤런트 김남주가 ‘토사구팽’을 ‘토사구땡’이라 하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람들이 토사구팽에 대해서는 잘은 몰라도 그 뜻이 “필요할 때는 소중하게 사용하다가 쓸모가 없게 되면  버린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토사구팽의 원전에 대해서 사람들은 흔히 중국 초한시대의 명장 한신이 한고조에게 한 말로 알고 있으나 이는 한신이 이 보다 앞선 고사에서 인용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토사구팽이 한신의 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을까.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은 대장군 한신(韓信)에 대한 얘기다. 한(漢)나라 유방(劉邦)과 초(楚)나라 항우(項羽)와의 싸움에서 유방이 승리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한신은 한고조 유방으로부터 초왕(楚王)으로 봉했졌다. 한신은 이때 옛 친구인 종리매(鐘離昧)를 돌봐주고 있었는데 그는 전에 항우 밑에 있던 장수였다.   일찍이 전투에서 종리매에게 괴로움을 당했던 유방은 그가 한신에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것을 알자 한신에게 종리매를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한신은 차마 옛 친구를 배반할 수 없어 그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한신이 종리매에게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자네가 나를 죽여 유방에게 바친다면 자네도 얼마 안 가서 당할 것일세. 자네의 생각이 그 정도라니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 보았네. 자네는 남의 장(長)이 될 그릇은 아니군. 좋아, 내가 죽어주지” 하고는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한신은 자결한 종리매의 목을 유방에게 바치지만 유방은 한신을 포박하게 했다. 이때 화가 난 한신이 말했다.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도다. 교활한 토끼가 죽고 나면 사냥개도 잡혀 삶아먹혀지며 높이 나는 새가 다 잡히고 나면 좋은 활도 광에 들어가 처박힌다. 적국이 타파되면 모신도 망한다. 천하가 평정됐으니 나도 마땅히 팽 당함이로다(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라 한 것이다.그러나 이 말은 한신의 것이 아니다.  ‘교토사양구팽’을 줄여 ‘토사구팽’이란 사자성어로 쓰는데 이는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의  재상 범려가 남긴 말이다.범려와 토사구팽의 얘기는 유명한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와신상담의 시발은 이렇다. 496년 오(吳)나라의 왕 합려(闔閭)는 월(越)나라로 쳐들어갔다가 월왕 구천(勾踐)에게 패하였다. 이 전투에서 합려는 화살에 맞아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병상에 누운 합려는 죽기 전 그의 아들 부차(夫差)를 불러 이 원수를 갚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부차는 가시가 많은 섭나무(장작) 위에 자리를 펴고 자며 방 앞에 사람을 세워 두고 출입할 때마다 “부차야, 아비의 원수를 잊었느냐!” 하고 외치게 했다.부차는 매일 밤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원한을 되새겼다. 부차의 이와 같은 소식을 들은 월나라 왕 구천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오나라를 기습했으나 대패했고 회계산(會稽山)에서 항복했다.포로가 된 구천과 신하 범려는 3년 동안 부차의 노복으로 일하는 등 갖은 고역과 모욕을 겪었고 구천의 아내는 부차의 첩이 됐다. 그리고 월나라는 영원히 오나라의 속국이 될 것을 맹세하고 목숨만 겨우 건져 귀국했다. 그는 돌아오자 잠자리 옆에 항상 쓸개를 매달아 놓고 앉거나 눕거나 늘 이 쓸개를 핥아 쓴맛을 되씹으며 “너는 회계의 치욕〔會稽之恥〕을 잊었느냐!” 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이후 오나라 부차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북벌에만 신경을 쏟는 사이 구천은 오나라를 정복하고 부차를 생포해 자살하게 한 것은 그로부터 20년 후의 일이다.이와 같이 와신상담은 부차의 와신과 구천의 상담이 합쳐서 된 말로 회계지치(會稽之恥)라고도 한다.  월왕 구천을 섬겨 그를 춘추오패에 설 수 있게 한 일등공신 범려는 왕이 찾음에도 그의 친구 문종에게 편지 한 장을 써놓고 구천에게서 떠나버렸다.그것이 바로 한신이 인용한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이었다.범려는 이러한 편지를 남기고 떠나면서 그가 섬겼던 군주가 “욕심이 많고 질투심이 강해 어려운 일을 같이 할 수 있으나 즐거운 일은 함께 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세상 돌아가는 이치대로 그에게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안 것이었다.토사구팽의 교훈은 ‘위험을 감지하는 센스가 안전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위험을 예감했다면 곧 바로 안전비상구를 찾는 것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비결이다.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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