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은행 발표에 의하면 미국은 세계 GDP의 24%를 차지함으로써 20%인 유럽연합의 GDP보다 4%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G-2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는 중국이 세계GDP의 10%를 밑돌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런 수치만으로는 아직 세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이란 나라의 국력을 단시간내에 추월한다는 것이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그 내면의 경상수지(외국과의 상품교역에 의한 손익계산서)를 들여다 보노라면 아연 놀라지 않을 수 없다.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수치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6,200억$,-7,200억$,-7,800억$,-7,300억$,-6,700억$.이게 무슨 통계치인고 하니 2004년도부터 2008년도까지 5년간 미국 상품수지적자 규모를 나타낸 액수이며, 끝부분 두 자리수 억$은 우리의 조단위 거액이지만 끝전에 불과하기에 모두 절사한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사안이 이러한데도 과연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1997~1998년도에 197억$이라는 돈을 IMF로부터 빌려오는데도 국제적으로 모진 수난을 당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의 눈에도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이 쉽게 감지되는 일, 초강대국이니 살림살이 규모가 큰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무역적자가 장기간 지속되는데도 용케 버티는 게 신기하고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오래 전부터 서방세계의 한다 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미국경제를 우려하며 혀를 내두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으로 대단한 기축통화의 위력물론 아직도 세계 통화량의 60% 이상이 기축통화(금과 더불어 국제간 결제나 금융거래에서 통용되는 통화)로 달러화가 통용되고 있기에 통화량을 늘려 우선 급한 불을 꺼나간다고는 하지만 그에 따른 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일부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달러화 결재 거부 움직임과 회의론 등등 그야말로 불안한 미국경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비근한 예로 우리가 꾸려가고 있는 개별경제의 기초단위인 가계(家計)만 하더라도 소득보다 많은 액수의 소비가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파산을 면치 못하는 게 경제의 기본원리인데 미국발 금융위기사건이 발발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자기들이 운용하는 경제시스템이 세계 으뜸이라고 호언하며 호의호식하던 나라가 미국이었는데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어디서부터 칼을 대고 수술을 시작해야 하는지 그 모범답안 자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경제문제의 난맥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미국은 앞으로도 많은 달러화를 발행할 수밖에 없고 다른 나라에서는 그 달러화를 보관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외채무는 상환하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2,700억$ 이상의 달러화를, 그것도 많은 보관비를 감수해 가며 한국은행 창고에 쌓아놓아야 하는 현상, 그야말로 지구상에 떠도는 달러가 얼마나 넘쳐나게 될지를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약소국들의 경우엔 보유 중인 외환보유고가 어느 시점에서 감소추세로 전환할 기미라도 보일라치면 어느새 낌새를 알아차린 서방언론들이 벌떼같이 덤벼들어 ‘경제위기론’ 등의 소문을 퍼뜨리며 외국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도록 부채질함으로써 해당국 경제를 뿌리채 흔들어 놓았던 게 지금까지의 관례였다.그럼에도 미국이란 나라는 그렇게 장기간 지속된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나라살림이 거덜났다는 말이 들리질 않으니 정말 불공평하기 이를 데 없다.   눈여겨 봐야 할 일본의 행보일본이 전후 60여년 이상 맹방으로 지내온 미·일간 밀월관계를 청산하고 탈미입아(脫美入亞)의 기치 아래 아시아를 중시한다며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것도 겉으로는 오끼나와의 미군기지 이전문제 등에 기인한 자존심 싸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울어져 가고 있는 미국경제가 주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그렇다면 우리도 일본의 발빠른 행보를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곁눈질을 해서라도  우리의 미래에 합당한 대비책을 심도있게 강구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생각된다.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규모는 세계 9위권 수준으로 도약했고 경상수지면에서도 410억$을 달성, 사상 처음 일본을 앞질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도 많은 일인(日人)들 머릿속 깊숙히 각인돼 있는 지배관계가 종식되고 이제 진정한 의미의 경쟁관계가 정립돼 가고 있음을 증명해 준 결과다.따라서 앞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동북아시대에 걸맞는 백년지대계를 위한 고뇌, 각종 정책 수립, 특히 시대사조에 부응하는 외교정책을 과감하게 입안·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화급한 일이라 할 것이다.그렇게 하는 것만이 우리의 국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길이요, 향후 국가안위에 더없이 중차대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우둔한 필자의 소견이다.<행정안전부 산하 (사)한국안전교육강사협회 전문위원, 명강사 제19호, E-mail:kim01@kosh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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