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지만 사실은 그 말의 본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는 말이 무수하다.우선 개차반, 도무지, 벽창호, 사리, 을씨년스럽다 등 다섯 개의 단어를 예로 들어보자. 잘 모르겠으면 해설을 보자.개차반이 무엇인가.차반은 본래 맛있게 잘 차린 음식이나 반찬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개차반이란 개가 먹을 음식, 즉 개가 좋아하는 똥을 점잖게 비유한 말이다.인기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많이 등장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 다음, 도무지란 말은 아주 특별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참혹한 단어임에도 우리는 그 본뜻을 몰라 예사롭게 쓴다.도무지는 옛날 조선시대 사가에서 사사로이 행해졌던 무참한 형벌이었다.그 방법은 우선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고 물을 적신 한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착착 발라 놓는다. 종이의 물기가 말라 감에 따라 숨을 쉬기 어려워 사람이 서서히 죽게 되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린치다.도무지는 여기서의 도모지(塗貌紙)가 변형된 말이다.이런 끔찍한 형벌인 도모지에 어원을 두고 있는 이 단어는 그 과정의 어려움을 표시한 것으로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교수형도, 총살형도, 가스 전기처형도, 그리고 능지처참이나 육시(戮屍) 보다도 더 가혹한 도모지처형은 주로 천주교 박해와 가부장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사가에서 자행된 불법 사형이었다.천주교를 믿는 가족이 있으면 가족 전체가 핍박을 당한다 해 가부장의 하명으로 집 기둥에 묶어두고 도모지를  발라 죽였다. 도모지는 6장 정도만 바르면 숨이 끊어졌다고 한다. 벽창호는 평안북도 벽동, 창성 지방에서 나는 크고 억센 소인 벽창우에서 온 말이다. 벽창우처럼 고집이 세고 성질이 무뚝뚝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리는 흔히 일본어로 잘못 알고 있지만 순수한 우리말이다.사리는 ‘사리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인데 실 같은 것을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것’을 말한다. ‘몸을 사린다’는 말에 쓰일 때는 ‘어렵거나 지저분한 일은 살살 피하며 몸을 아낀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바뀐 뜻은 국수나 새끼, 실 등을 동그랗게 감은 뭉치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을씨년스럽다’의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나온 말이다.우리나라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조약으로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당시, 온 나라가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다.그날 이후로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 을씨년스럽다로 변했다.남 보기에 매우 쓸쓸한 상황, 혹은 날씨나 마음이 쓸쓸하고 흐린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우리가 어원을 잘 모르고 쓰는 말이 있는가 하면 알면서도 잘 못쓰는 경우가 있다.다름 아닌 ‘안전’이 그렇다.안전이란 단어가 잘못 적용된 말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안전사고’와 ‘안전불감’이다.세상에 안전한 사고란 것이 어찌 존재하는가. 안될 말이다. 안전사고가 아니라 안전불비사고나 안전관련사고가 오히려 제 뜻이다. 안전사고란 말은 말을 줄여 편의대로 써온 말로 관용적 용어다.그런가 하면 ‘안전불감’은 안전관련사고 뒤에는 으레 범인으로 지목돼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누명 쓴 용어다.사실 안전불감은 사고의 원인이 아니다. 안전하면 당연히 안전을 생각지 않는다. 안전 관련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안전불감 때문이 아니라 위험불감 때문이다.사고의 원인을 안전에 돌려서는 안 된다. 안전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험한데 이를 느끼지 못하고 방치하면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엉덩이가 뜨거우면 위험의 징조다. 엉덩이에 불이 붙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뜨겁다고 느낄 때 이를 내버려 두는 것을 안전불감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은 위기불감이다.지난주 있었던 국민생활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 공청회에서는 안전에 대한 정의와 개념을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행정안전부 장관의 축사 가운데 나오는 말 중에도 전 같으면 ‘안전불감증’이라 할 것을 ‘위험불감증’이라고 바꿔 썼다.이 말이 옳다. 안전은 모든 것에서 완전해야 한다. 안전이란 소중한 단어에 사고와 위험의 누명을 씌워 될 말인가.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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