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出師表)란 무엇인가. 출사표는 원래 신하가 적을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황제나 왕에게 올리던 표문(表文)이다.그러나 이 중에서도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의 것이 유명해 후세에 널리 알려졌다. 제갈량이 위(魏)나라 토벌을 위한 출진(出陣) 때 유비(劉備)의 대를 이은 황제 유선(劉禪)에게 바친 글로서 삼국지(三國志)의 제갈량전, 문선(文選) 등에 수록돼 있다. “선제(先帝)의 창업(創業)이 아직 반(半)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붕조하다”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출사표는 국가의 장래를 우려한 제갈량의 진정을 토로한 정열적인 고금의 명문으로 평가되고 있다.제갈량의 출사표는 전출사표와 후출사표의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울지 않았다는 이가 없었다 할 정도로 빼어난 문장과 나라에 대한 애국심, 그리고 그 당시의 죽은 선제 유비에 대한 충성심이 담겨 있는 글로 오늘날까지 크게 칭송받고 있다.제갈량의 자는 공명(孔明). 호족(豪族) 출신이었으나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숙부의 손에서 자랐다. 후한(後漢) 말의 전란을 피해 출사(出仕)하지 않았으나 명성이 높아 와룡선생이라 일컬어졌다.207년 조조(曹操)에게 쫓겨 형주에 와 있던 유비로부터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예로써 초빙돼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진언했다. 이 때 유비는 제갈량을 얻은 것을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水魚之交)에 비유했다.   세간에 구전하는 제갈량의 초인적 지략은 대부분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기인하지만 유비의 신임을 받아 중용된 것은 소설과 역사서의 기록이 일치한다.유비는 촉한의 황제에 오른 뒤 그를 승상(丞相)으로 삼았으며 죽음을 앞두고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업을 이루도록 당부하면서 자신의 아들 유선을 보좌하되 아들이 무능하면 몰아내고 황제의 자리를 취해도 좋다고 유언했다.그러나 제갈량은 끝까지 후주 유선을 보필했고 오장원(五丈原)에서 위나라의 사마의(司馬懿)와 대치하다가 병이 들어 사망했다.  요즘도 자주 인용되는 위급존망지추(危急存亡之秋), 즉 ‘사느냐 죽느냐 하는 위급한 시기’란 말은 제갈량의 출사표 첫머리에 나온다.   “선제(先帝)께서는 한실(漢室) 부흥의 사업을 시작하셨지만 아직 그 반도 이루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지금 천하는 셋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촉한의 익주 백성이 가장 지쳐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살아남느냐 망하느냐 하는 위급한 시기입니다.”출사표에서 제갈량은 유비가 자신에게 삼고초려의 예를 갖춰 발탁해준 데 대한 보은과 충성의 뜻을 밝히면서 조목조목 국정에 대한 자상한 당부를 실었다. 가히 명문이며 감동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에 출사표가 이토록 유명해진 것이다.출사표란 말의 뜻을 풀이해 보면 출(出)은 출동한다는 뜻이며 사(師)는 스승이 아니라 군대를 말한다. 지금도 우리가 사단(師團)이라는 군대의 편제를 갖추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그리고 끝으로 표(表)란 말은 상소문을 뜻한다. 황제의 명령은 칙(勅)이라 하고 황제가 명령을 내리는 문서는 조(詔), 그리고 신하가 황제에게 올리는 문서를 ‘표’라 하는 것이다.우리가 더러 쓰는 말 중에 ‘출사표를 던진다’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표는 아랫사람이 위에 올리는 글인데 이를 던지면 어찌 되겠는가. 옛 군주시대에 이랬다가는 목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제안컨대 우리도 출사표를 쓰자. 누구에게 쓰는가. 자신과 국민에게 ‘안전출사표’를 쓰자. 그간 안전에 무심했던 자신의 잘못을 되짚어보고 이제 위험과 재해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출사의 각오를 밝혀보면 어떨까.위험과 재해와의 전쟁은 제갈량의 출사에 비견할 만치 비장한 것일 수 있다. 재해 앞에 선 우리의 입장은 그야말로 출사표의 서두 ‘사느냐 죽느냐 하는 위급한 시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안전이란 참으로 얻기 힘든 것이다. 늘 안전에 대한 출사의 생각(念)을 지님이 안전을 굳히는 길이다.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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