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비, 단비, 보슬비, 실비, 여우비, 싸락비, 도둑비, 궂은비…. 그냥 무심히 내리는 비인 듯한데 참 종류도 이름도 그냥 알맞게 지어준 것 같다. 이름처럼 내리는 비든지, 노래가사나 시 구절에 등장하는 비라면 얼마나 고맙기만 할까.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면서 강우량이 전에 비해 훨씬 많아지고 있다. 비는 천재로 혹은 인재로 치부하든간에 인적·물적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홍수 재해의 심각성은 익히 알려져 해마다 사전예방조치 및 대책이 취해진다.반면에 낙뢰에 대한 대비는 그렇게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기상청 발표를 보면 국내에도 연간 1300회 가량 벼락이 발생하고 연평균 5명의 인적 손상을 가져온다고 한다. 낙뢰가 발생하면서 번개와 천둥을 수반하는 비에 걸맞지 않게 ‘우레비’라는 예쁜 한글 이름도 있다.우레와 번개는 뇌운에 분리·축적된 음전하와 양전하 사이의 방전시에 나타나며 이러한 방전에는 동일 뇌운간의 운내방전, 타 뇌운간의 운간방전, 뇌운과 대기사이의 대기방전, 뇌운과 지상물체 사이의 대지방전 등이 있다.특히 대지방전을 벼락(낙뢰)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벼락이 발생할 때 뇌운과 지상물체 사이의 전위차는 수억 내지 수십억 V에 이르고 뇌전류는 수만 A에 달한다. 이러한 벼락은 단일뇌격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으며 혹은 다중뇌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상상을 초월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천공을 지배하는 신으로 제우스가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 인도신화에 이르기까지 천둥과 번개는 악을 응징하는데 구사돼 왔다. 비단 이러한 신화의 이야기속에서 형상화됐다기 보다는 번개를 보고 천둥을 들으면 어쩔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단순한 뇌운의 방전현상이라면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벼락으로 인한 사상자나 물적 피해상황을 뉴스로 전해들을 때면 벼락은 이제 더 이상 막연한 신화속의 공포감이 아니라 현실의 공포가 된다.낙뢰재해의 대부분은 뇌전류에 의한다. 인체를 통해 100mA 정도의 전류가 흐르면 심실세동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에 견주어 뇌전류가 인체로 흐르는 경우는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 낙뢰사는 대부분 즉사하거나 상해를 입은 후 몇 시간 내에 죽음에 이른다.어느 통계에 따르면 벼락맞아 사망할 확률이 교통사고나 암 등으로 사망할 확률보다 낮은 50~60만분의 1로 추정되고 연평균 무려 80여 번의 번개 횟수를 나타내는 아프리카 콩고지역에 비하면 국내는 이러한 빈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벼락을 남의 일로 간주한다면 큰 재난이 될 수 있다. 벼락의 물적 손실 가운데 전력계통의 피해 가능성을 빼 놓을 수 없다.낙뢰로 인한 전력계통의 고장은 곧바로 정전사고로 이어지며 생활의 불편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예상치 못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해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해마다 강도와 빈도가 더 세어지고 있는 낙뢰를 감안한다면 대비책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벼락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낙뢰감시 시스템을 개발하고 고성능 피뢰기 설치, 직격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 개발이나 피뢰를 위한 현실적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최근에 피뢰설비에 대한 국제 규격인 IEC 62305를 도입해 한국산업규격 KSC IEC 62305로 고시했다. 이는 보호각 방법(Protection angle method) 이외에도 회전구체법(Rolling sphere method), 메시법(Mesh method) 개념을 도입해 피뢰설비 보호기능의 강화를 추구하며 완벽한 낙뢰 대비를 목표로 한다.이러한 노력에 더해 이제는 기상특보에 낙뢰 주의보 및 경보에 대한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외국은 이러한 정보가 일상생활에 활용되고 있으나 국내는 낙뢰피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의 수립 운영, 부분적 낙뢰정보서비스 제공 등이 이뤄지고 있다.낙뢰라는 기상현상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나 다양한 통계분석을 위한 낙뢰자료 DB 구축 및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한 선행연구 등이 필요하다.비가 오고 눈이 내림을 예보해주는 것처럼 낙뢰에 대한 정량적 예보가 이뤄진다면 이는 국민들의 생활환경 안전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벼락을 맞고도 용처가 있는 것은 대추나무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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