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우리에게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으나 생활혁명을 가져다 주었다. 불을 만들고 이용함으로써 동굴생활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됐고 거주권을 무한히 확대할 수 있었다.더더욱 중요한 것은 음식문화의 변화로 생식생활(生食生活)을 탈피해 익혀먹는 맛을 알게 해준 것이다.보릿고개 시절을 넘기며 먹고 살기에 정신 없었기에 우리의 머릿속에 안전의식이 자리잡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비약적 경제성장은 화재안전의식을 높이기에 한발짝 다가선 듯 했으나 IMF란 어려움을 맞아 주저앉고 말았다.화재안전 의식이 뒤떨어지니 소방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으면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단 소방시설만이 아닌 경우도 많을 것이나 특히 소방시설은 평상시 관리가 제대로 돼야 화재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으며 화재가 발생하면 여러 가지 소방시설이 동시에 작동해야 원활한 화재진압과 대피를 할 수 있다.이때 맨 처음 화재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화재감지기이다. 화재감지기는 화재시 발생하는 연기, 열, 불꽃 중 어느 것을 감지하느냐에 따라 명칭을 다르게 하고 있다.연기를 감지하는 감지기의 경우 연기가 감지기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하고 빛 등은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가 아닌 먼지가 화재감지기에 들어가 신호를 발신하게 되면 경보기가 작동되게 된다. 이러한 감지기의 특성으로 인해 화재감지기는 맨 처음 동작조건을 설정해 놓은대로 동작하게 된다.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나 담배연기 등이 감지기에 들어가 이를 감지기가 인식한다면 감지기가 작동되고 이 신호를 수신하는 수신기가 동작하게 되며 경종이나 사이렌을 울리게 된다.이와 같이 화재에 의한 연기가 아닌 먼지나 담배연기에 의해 감지기가 동작돼 경종이나 사이렌이 울리게 된다면 화재인가 아닌가.사람이 보았을 경우에는 화재가 아니지만 화재감지기 입장에서 보면 화재가 된다. 그것은 연기가 들어가면 동작되게 만들어진 화재감지기 안에 연기와 유사한 먼지가 들어가든지 담배연기가 들어가면 화재감지기가 동작돼 경보기가 울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근무자가 화재유무를 확인하고자 동작한 감지기가 있는 곳에 출동해 보면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근무자가 화재감지기 특성을 알지 못하면 그냥 지나치며 국산 화재감지기는 성능이 매우 떨어져 오작동이 많다고 입소문을 내 화재감지기를 불신하게 한다. 구조상 화재감지기에 먼지가 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는 없으므로 먼지가 연기감지기가 설치된 쪽으로 가지 못하게 창문을 닫든지, 연기감지기가 설치된 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지 못하게 하든지, 담배를 꼭 피워야 한다면 팬을 돌려 연기를 밖으로 제거하든지 등의 방책은 세우지 않고 화재감지기가 계속 작동돼 경보기가 동작하면 아예 화재수신기의 동작스위치를 꺼놓는 경우가 현장에서는 허다하다.이러한 경우 화재탐지설비는 설치한 의미가 전혀 없게 되고 이를 수정하고자 점검시 지적하면 어떻게 피해 갈려고만 하는 것이 우리 의식의 현주소다.그래서 필자가 외부 강연시 많이 이야기 하는 말이 “국산 화재감지기를 탓하지 말자. 우리 모두 국산이 아닌가”라고 농담을 하지만 우리 것은 별것이 아니고 외국산은 좋다는 의식이 바뀔 때도 됐다.커피 한잔 값도 되지 않는 1500원짜리 저가격의 화재감지기를 설치해 놓고 화재를 잘 감지하기를 바란다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이제 스스로 화재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화재감지기를 설치할 때가 됐다. 물론 대형건축물에서는 수량이 많아 가격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겠으나 안전등급이나 세제 등에 인세티브를 제공해 화재감지의 첨단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이와 같이 좋은 화재감지기를 설치하면서도 현장에서는 화재신호를 발생하게 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려고 하는 의식변화와 불에 대한 일순간의 방심이 우리에게 큰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능 좋은 화재감지기가 정상적으로 동작해 화재를 조기에 발견, 이를 신속히 진압하고 대피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면 그 가치는 무한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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