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태풍 발생 등 자연재난과 대구지하철 화재 등 인적재난에 대한 다양한 재난경험으로 위기대처 지식이 축적돼 있으며 새로운 재난 유형에 대처하기 위해 통합된 재난관리체계 구축에 필요한 세계적 수준의 IT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소득 및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재난 극복을 위한 적극적 국민의식이 성숙됨에 따라 안전한 사회 건설에 대한 전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안전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재난관리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우리나라 재난관리의 가장 큰 약점은 전문성 결여와 연계성 부족, 교육훈련시스템 미비이다. 재난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지만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재난관리 전반에 걸친 업무 전문성이 미흡하고 재난관리업무 총괄, 조정, 협력 기능을 위해 소방방재청과 같은 기관이 설립됐으나 상하 정부 조직간의 협력체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 재난대응활동 위주의 일률적이며 단편적 교육으로 교육대상 수준에 대한 전문가 양성, 주민 친화적 맞춤형 교육 및 훈련 시스템 등이 미비한 상황이다.선진 방재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화학, 물리, 건설, 토목, 환경, 사회학, 법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연계를 통해 통합적인 소방·방재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제도의 마련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문인력 양성과 더불어 선진방재국가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양성된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적절한 활용을 위해서 선진국의 소방·방재 현황과 제도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해외 선진국의 소방 및 방재관련 전문 인력 활용실태는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 모델이 된다. 특히 미국, 일본, 영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은데 이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다음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먼저 전문인력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법령에 의해 주요시설에 대해 재난대비 장비 및 계획을 갖추는 것이 의무가 돼가고 있다. 또 일본의 경우 특히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를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제도적으로 발달돼 있다.두번째 공통점으로 방재 민간 네트워크의 구축을 꼽을 수 있다. 미국 및 영국을 포함한 세계 다수 국가의 재난관리사들의 모임 IAEM(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Emergency Managers) 외에도 여러 민간 네트워크가 이들 국가에는 자리잡고 있어 자발적으로 인력 양성 및 활용을 도모한다.마지막으로 소방 및 방재 전문인력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를 꼽을 수 있다. 이들 3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최근 관심사 중 하나로 이슈화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이며 이를 위해 회사별 BCP(Business Continuity Plan)가 마련돼 있다.미국과 영국의 경우 테러의 위협을 고려한 BCP 작성에 있어서 특히 소방 및 방재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추세이다. 또한 고급교육을 받은 전문인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소방·방재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제도 도입을 좋은 본보기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우리나라는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수많은 사고들이 산업현장에서 발생했다. 이에 90년대에 들어 공정안전관리(PSM·Process Safety Management), 가스안전관리 종합체계(SMS·Safety Management System)제도의 도입을 통해 사고 재해율을 수십 퍼센트를 감소시켰다. 또 안전관리제도는 산업안전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소방·방재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비상대응 관리제도 등과 같은 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고급 전문 인력의 적절한 활용이 가능하며 사고발생 빈도의 감소와 사고피해 영향의 최소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국내 소방·방재분야는 정부, 민간기업 혹은 단체, 학교 등의 다양하고 폭넓은 필요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의 부재로 전문가의 양성이 미흡하며 양성된 전문 인력의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소방·방재분야의 청사진으로 제시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방재도시, 방재산업 성장, 지방자치단체별 재난관리부서 신설 등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며 이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이는 21세기 안전한 사회건설에 필요한 소방·방재 전문인력의 양성을 통해 날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또한 체계적인 소방·방재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방재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을 장려하는데 커다란 힘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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