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 1948년 건국, 1950년 6·25전쟁을 거치고 난 1950년대 중반 즈음에는 양산이 크게 유행했다. 집에 우산은 없어도 부녀자들은 수입품 양산 하나 쯤은 마련하고 있었고 외출 때는 거의 이것을 쓰고 다녔다.양산을 쓰는 목적은 햇볕을 가리자는 것이다. 아니 태양광의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서였지만 당시의 여인들은 자외선이 문제가 아니라 유행과 패션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당시의 양산은 유행 때문에 구입했지만 우산 또한 값진 것이어서 제대로 된 것을 둔 집이 많지 않았다.지금 같으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조악한 우산을 그때는 아무 불만 없이 들고 다녔지만 바람 한번만 세게 불면 훌떡 뒤집혀 못쓰게 되는 바로 그 비닐우산이 우리의 필수품이었다. 요즘은 양산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블록(크림)을 바르면 되니 굳이 귀찮은 양산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대신 우산이 발전했다. 모양도 좋아지고 품질도 향상됐다. 양산에 방수처리를 해 우산 겸용으로 쓰기도 한다. 값도 많이 싸졌다.그러나 문제는 이 좋은 우산이나 양산이 거의 불량품이라는 것이다.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백화점, 할인매장, 도·소매시장 및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표본용으로 접우산, 장우산 및 양산을 구입해 시험한 결과 우산과 양산 10개 중 8개는 KS 기준에 못 미치는 불량제품이며 양산의 경우 우산보다도 자외선 차단효과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량제품은 살의 치수, 도금 두께, 손잡이와 대의 강도, 발수도, 일광견뢰도, 끝살강도 등에서 기준에 미달했다.이들 기준 외에 내풍성·유해 자외선시험 등 안전성 시험에서도 30% 가까이가 강풍(14m/s 하에서 45도 정방향 기준)에 살이 쉽게 휘거나 부러지고 접혔다.특히 자외선 차단지수는 양산이 우산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만5000원 미만 제품을 기준으로 양산은 평균 자외선차단지수(SPF)가 10이고 접우산은 20으로 양산이 우산보다 자외선 차단력 강도가 더 약한 것이다.우산을 흔히들 비나 피하는 정도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불량제품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우리가 ‘핵우산’이라는 말도 쓰지만 우산과 양산은 안전의 상징이다. 기술표준원은 “우산·양산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앞으로 안전·품질표시대상 공산품으로 지정해 관리할 예정”이라며 “안전품질표시기준을 마련해 오는 11월부터 사후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우리가 안전하고 튼튼한 우산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생활필수품 하나를 확보했다는 의미보다 우리가 안전문화 속에 안착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게를 갖는다.안전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근본 바탕이다.우리가 여름철을 앞두고 정부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안전 챙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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