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철이 시작됐다. 겨울의 낭만이 빙상유희라면 여름엔 신나고 즐거운 물놀이를 기다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물놀이가 시작됐다 하면 으레 물의 신에게 제물이라도 바치듯 인명사고가 반드시 따라 붙는다. 그렇게 주의를 시키고 당부를 하건만 물놀이 사고는 제외되는 법이 없다.우리의 선조들은 어릴 적부터 철저히 물과 격리시키는 것으로 사고를 막으려 했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다”는 속담이 있을 만치 물은 어린이들의 천적이었다.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물놀이 사고를 막으려면 오히려 물을 알고 물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웠어야 했다. 일본도 그렇고 예전의 우리 학생들은 세라(Sailer의 일본식 발음)복을 교복으로 입었었다. 목뒤로 커다란 사각형 천이 달린 이 세일러복은 원래 해군들이 입는 작업복이었다. 세일러복의 특징은 물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이 물에 빠졌을 경우 구명하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목 뒤의 큰 사각형 보자기는 부력이 생겨 물에 빠진 사람이 좀 더 버티기 쉽게 해주는 한편 물위에 넓게 퍼져 조난자의 위치를 알려준다. 또한 구조작업 때 손으로 잡아당길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쓰이게 된다.학생들에게 세일러복을 입힌 것은 만에 하나 물 사고가 났을 경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자는 발상에서였다.정말 물놀이 사고는 막을 수도 줄일 수도 없을까. 때마침 들려온 반가운 소식의 한 가지는 제주지역 10개 해수욕장이 한국능률협회 인증원으로부터 해수욕장 운영 및 안전서비스분야 ISO 9001 인증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해수욕장 운영 및 안전서비스 분야 인증이 전국 첫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해수욕장 안전관리 ISO 인증이란 안전관리업무 프로세스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조직 내부의 구조·절차·자원 및 행정서비스 등 고객중심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그 이행실태를 한국능률협회 등 제3의 인증기관으로부터 공인을 받는 국제인증제도다.  제주도는 도내 해수욕장의 ISO 인증을 받음에 따라 해수욕장 안전서비스의 책임, 자원관리, 서비스의 기획 및 제공 관리, 서비스의 측정·평가·개선관리 등을 이행해야 한다. 말하자면 지자체인 도가 나서서 전면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다.이에 따라 제주도는 해수욕장 개장 전의 안전틈새를 보완하기 위해 안전요원의 근무방법을 과학적으로 분석, 긴급 상황 대응에 맞춰 개선할 방침이다. 도는 이미 위험요소에 대비한 데이터를 분석, 해수욕장 내 경고 표지판 31개를 설치했으며 안내방송도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제공키로 했다. 인명구조활동을 위해 서핑보드 15대를 추가 배치하고 수영 경계선을 표시하던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바꿨다.물놀이라면 워낙 다수의 인원이 동시에 운집하는 탓에 관리가 어렵다는 특별한 이유가 따르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수칙만이라도 철저히 지켜준다면 수많은 인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노력의 보수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분명 애쓴 만치 좋은 결과가 오게 마련이다.제주도의 해수욕장 안전관리 ISO 인증은 타 지역에서도 본받을 만하다. 말 많은 홍보행정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지역별로 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여름은 쉽게 오고 쉽게 물러간다. 짧은 시간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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