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신문이 5월 1일자로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20년의 시간이란 사람의 나이로 치면 성년이라 하겠지만 언론으로서는 중후한 완숙기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1989년 5월 1일.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을 담당했던 산업근로자들이 당시의 피치 못할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심각한 산업재해에 희생되고 있을 때 안전신문은 ‘인간존중 안전제일 공존공영’을 사시로 내걸고 ‘재해퇴치의 선봉’을 자처하며 탄생했다. 이 날 창간호를 발행한 이래 그로부터 20년을 싸우고 견뎌내며 버티어서 오늘에 이르렀다.출발부터 ‘위험과 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안전신문은 그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때로 쓰러지고 좌절했으나 그 때마다 필승을 다짐하며 다시 일어나곤 했다.우리의 이러한 싸움은 싸워서 이기는 단순한 승리의 개념을 초월해 이것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이야말로 백전백승 백무일실(百無一失)의 안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어본 적이 없다.되돌아 보면 20년이란 숫자는 여러 가지 결실의 의미를 지니는 시간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공무원이 20년 이상 근속하면 종신연금이 지급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Odysseus)는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그리스의 영웅으로 갖은 모험 끝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기까지 20년이 걸렸다.미국의 경제학자 S.S.쿠즈네츠는 도시의 인구증가와 건축물의 수명을 20년으로 보고 20년의 건축순환 주기를 주장했다.이같은 20년 세월이 무거운 시간의 탑을 쌓는 동안 안전신문은 독자의 특별한 성원과 사랑에 힘입어 안전 전 분야에 걸친 최대의 전문신문으로 안전고지의 정상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그러나 우리는 과연 안전신문이 격동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충실한 증인으로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이번 창간 20주년 기념일을 통해 엄숙하고 냉철하게 그리고 겸허히 성찰해봐야겠다.안전신문은 언제나 위험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 위험의 뇌관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 해법을 얻기 위해 먼저 국가재난관리기구와의 소통에 소홀함은 없었는가 자문해 본다.지금은 안전 총괄부처가 된 행정안전부를 비롯 노동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소방방재청 등 국가의 재난관리기구들은 그야말로 한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비상사태와 대재난을 비롯해 온갖 크고 작은 재해·재난을 예방·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온 국민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구의 온난화 영향으로 이젠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인력불감당의 태풍·장마 재해가 우리를 덮칠 수도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불의의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는 상황이고 보면 대통령으로부터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동안 너무나 큰 여러 유형의 재해·재난으로 거푸 타격을 입은 국민들은 그 어떤 선진 방재시스템을 도입해서라도 이제 좀 더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염원을 갖고 있다.우리가 항시 안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동안에 느닷없이 화학공장의 가스폭발 대형 화재사고가 연발하는가하면 열차가 충돌하고 고속버스가 전복되는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그 사고원인을 따져 보노라면 결론은 다름 아닌 안전불감증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안전불감증이란 것이 별 것 아닌 듯싶은데도 이 가벼워 보이는 것이 ‘설마가 사람 잡는 식’으로 치고 빠지며 아차 하는 순간에 대재앙을 불러온다. 안전신문은 지난 20년 동안 안전불감증 퇴치를 위해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이를 위한 적극적 홍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전신문이 항시 깨어있으면서 안전불감증에 경고를 울리는 것은 이러한 중차대한 사명에 부응하고자 함이다. 이번에 정부는 안전한 사회 구축, 안전선진국 진입이라는 패러다임을 기조로 재난발생률을 50% 이상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재난관리시스템의 혁신, 분야별 재난예방 관리대책 구현 등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놓았다.그러나 당국의 그 어떠한 노력도 이에 범국민적으로 호응하는 국민안전의식이 바탕에 정착되지 않고는 만사휴의에 다름 아니다.안전신문은 현 정부의 안전시책에 동조하면서 국민의 의식계도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이 어려울 듯싶긴 해도 결코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라는 의지로 대국민 안전의식 고취에 앞장서고자 한다. 어찌 보면 안전에 대한 이론적인 탐구는 늘 시작이 있을 뿐 끝이 없는 우리들의 평생과업이다. 우리 사회에 ‘안전문화’라는 말이 쓰이게 된 것도 시기적으론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겨우 국민적 안전의식이 손톱만치 자란다 싶으면 이내 대형사고들이 연발하면서 우리들을 질곡에 빠뜨리곤 했던 것이다.그 숱한 생명희생의 대가로 얻어낸 것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들이 안전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어두운 현주소의 발견에 지나지 않았다.그러나 이제는 다르다.안전의 개념은 워낙 범위가 크지만 안전은 “내가 지키는 것”이며 “지키면 안전할 수 있는 것”이 안전의 원리이기도 하다.문제는 어떻게 내가 안전의식을 몸에 붙이고 사느냐 하는 것뿐이다.이에 안전신문은 창간 후 20년의 세월을 소중한 축적된 자원으로 활용해 앞으로는 안전불감증 퇴치의 안전문화진흥 기수가 되어 이 나라 이 땅을 안전선진국의 반열에 올릴 것을 모든 독자들과 함께 다짐코자 한다.안전신문은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를 선진화 하기 위해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우수 전문 인력을 육성·배출하고 대국민 안전교육 및 재난예방 홍보활동을 적극 전개해 안전선진화 정착을 앞당긴다는 약속을 함께 드리는 중이다.독자와 더불어 국민과 더불어 함께 한 20년.이에 안전신문은 이 시대의 화두인 ‘공존공영 정신’을 올곧게 살리는 안전의 새 역사 창조를 위해 안전문화 진흥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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