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어린이 안전까지 총괄하게 된 행정안전부는 우선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안전보수를 위한 지원예산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만 한다면야 아주 잘 하는 일이라 칭찬을 받을 만하지만 사실 시기적으로는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어린이놀이터는 교통사고 줄이기와 함께 제일먼저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부문이었다.전국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6만2000여개에 이르지만 이중 노후·불량한 놀이시설만도 2만여개가 넘는다고 하니 전체시설의 3분의 1이 어린이 보호에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 된다.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 것은 오래 전부터다. 시설은 계속 늘어나지만 관리는 제자리걸음이니 어린이 놀이터가 오히려 어린이안전을 위협하는 온상이 된다는 지적도 그 호소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그 아파트에는 규정상 일정 규모의 어린이 놀이터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놀 수 있게 함으로써 다른 위험요소들로부터 차단하려는 의도다.그러나 이 어린이놀이터가 어린이들을 상하게 하는 위험물이 되고 보면 그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하지만 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의 안전인식 수준이다. 살갗이 긁히는 사고(50.5%), 멍이 들거나 혹 생김, 삠, 살베임, 뼈부러짐 등은 으레 있을 수 있는 사고로 치부되는데 이것부터 제로 수준으로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놀이터에서 외상을 입는 것은 그렇다 쳐도 시설의 관리 소홀로 중금속 오염 등의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밤이면 노숙자가 잠자리로 이용하는 곳까지도 있어 어린이들을 오염과 범죄의 현장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주기까지 한다.선진국의 예를 들자면 독일에서는 시설의 검사와 인증업무뿐만 아니라 어린이 놀이터 안전관리라는 테마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동주택단지, 놀이터 관리회사, 유치원 관련 직원들이 어린이 놀이터 시설물의 설치법과 안전점검의 정상적인 수행방법을 습득함으로써 이들이 어린이 놀이터를 안전하게 지키고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다.우리의 경우도 어린이 놀이터 관리사가 없지는 않다. 대형아파트나 고급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에 놀이터 관리 직원을 두기도 하지만 이들은 어린이 보호에 대한 안전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지키기는 지키되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모르니 거의 수고만 할 뿐이다. 독일에서는 어린이 놀이기구와 관련된 많은 인증 경험과 심도있는 심사로 시설물의 수준이 국제규격에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어린이 놀이터를 안전사각지대로 두지 않겠다면 놀이터 안전관리사를 육성해 자격인증자를 현장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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