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차단한다. 전국의 도시화는 어린이들에게 친환경적인 놀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놀이터는 또 다른 세상이요, 작은 사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위적으로라도 그들에게 빼앗긴 놀이세계를 되살려 줘야 한다.이런 절대적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법령이 마련되고 곳곳에 속속 새 시설이 마련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상황이 된다는 게 문제다.그동안 우리 어린이 놀이시설은 버섯의 색상이 화려할수록 독을 품듯 새 것은 새 것대로 새로운 위험성을 지니고 있고 헌 것은 헌 것대로 어린이들에게 부적합 놀이터로 퇴화하고 있다.놀이터에서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항시 찾는 놀이터지만 이것이 늘 위험천만이어서 지금까지도 부모들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당국은 당국대로 시급한 해결이 요청된다며 안전법을 제정한다는 나팔을 불어왔지만 정녕 실효성 있는 법이 실행되는 것을 보기 어렵다. 법령과 제도를 새로 만들고 바꿔보아도 알맹이가 없으며 놀이기구·놀이시설의 설치 장소에 따라 관련부처가 다르고 여러 가지 법령으로 설치 및 유지·관리 규정이 나뉘어 있어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새 놀이터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손가락이 잘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아 가는 놀이터가 있기에 여러 곳에서 보수를 하고 새 단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외형적 사고를 감추는 대신 오히려 보이지 않는 큰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예컨대 언제부턴가 어린이 놀이터 바닥에 깔려 있던 모래가 사라지면서 때깔 좋은 고무매트가 등장한 것이다. 그 확산속도도 빠르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관리가 용이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다. 모래는 어린이들에게 친환경적이지만 관리하기가 어렵다. 주기적으로 소독도 해야 하고 일정기간 후엔 새것으로 바꿔 줘야 한다. 관리자로서는 모래를 고무매트로 바꾸면 보기도 좋고 일도 쉽다. 그러나 이런 것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고무매트는 자동차 폐타이어 등을 재활용한 자원화사업의 일환이다. 일반 생활에선 훌륭한 자원으로 쓰여도 어린이 환경건강 측면에서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직사광선을 직접 받는 고무매트의 화학물질 방출은 특히 ‘환경병’으로 불리는 아토피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전한 놀이터’는 과연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새해부터 어린이 놀이터의 안전관리업무가 안전관리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로 이관된다는 소식에 모든 부모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놀이기구,  관리주체의 부재로 놀이터가 어린이 안전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일이 더이상 있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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