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광장과 청계천을 비추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거리 곳곳에 울려퍼지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무자년이 저물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한해를 보내며 1년을 돌이켜보면 사고로 시작해 사고로 끝난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신년벽두 4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천냉동창고 화재참사를 시작으로 숭례문 방화, 각종 식품이물질 혼입사고, 광우병 파동, 멜라민 파동, 고시원방화 흉기 난동사건 등이 줄줄이 발생했으며 결국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로 마무리됐다.첫 사고의 시발역과 종착역이 같고 그 원인과 유형 또한 비슷하다는데 경악을 감출 수가 없다.무자년 한해 이같은 사건·사고에 대한 정부의 처방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포한 ‘안전선진화 원년’에 기대를 품었던 국민 중 일부는 “또 정부의 말장난에 속았다”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연초부터 연달아 터진 사고들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이 모든 사고가 예견돼 있었으며 이의 예방을 소홀히 한 정부당국과 만성적인 안전불감증에 걸린 국민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사고가 터진 뒤 재발방지대책 마련이니 하며 부산을 떠는 정부당국, 안전에 반짝 관심을 보이던 국민들의 태도는 올해도 여전히 반복됐다. 특히 대형사고가 터진 뒤에 속속들이 밝혀지는 공직자들의 비리문제는 공직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불안한 상황에서, 편치 않은 여건에서, 잡다한 생각과 해이한 정신력으로는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없으며 오히려 사고를 자초하는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다.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발목을 잡은 것은 비단 공직사회의 기강문제 뿐아니라 평상시 작업장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일하는 근로자, 대형사고가 터진 뒤에 후회하는 국민들에게도 그 문제가 있다.최근 지구촌을 흔들고 있는 미국발 경제위기는 국가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실용적인 안전정책이 경제회복정책에 밀려 있는 실정이다. 최악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안전관리 완화정책과 법령들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되지 않을까 우려를 감출 수 없다.이럴 때 일수록 국민과 정부가 단결해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안전의 중요성 뿐아니라 사고는 바로 우리 스스로의 아픔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좋은 안전정책이라도 국민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다가 오는 기축년 새해에는 국민들과 정부가 하나가 돼 더 이상 사고 없는 안전한 한해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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