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치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시작은 있으되 끝이 미미한 것이 용두사미(龍頭蛇尾)요,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공직사회의 대국민 안전 챙기기다. 나팔은 크게 불지만 원님행차처럼 뒤끝이 싱겁다.특히 근로자의 인명과 직결된 치명적 재해에 대해서도 그동안 열심히 ‘주의’ 나팔을 불어댔건만 결실이 보이지 않는다.새 정부 들어 이같은 지난 관행이 재해감소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국민생활안전은 물론 항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근로자의 재해예방과 안전보건을 챙기는 ‘산업안전문화 선진화방안’을 내놓았다.이런 때 쓰는 말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마,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 할 것이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 함은 ‘감히 청하지는 못할 일이나 본래부터 바라던 바라 원하던 일이 이뤄짐’을 뜻한다.현재 정부는 당면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그 일자리는 임금만 따질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고 있다. 이 양질의 일자리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의 확보가 필수적이어야 함은 두말이 필요 없다.시대에 따른 산업구조의 다양화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소의 증가를 부추기면서 중대재해 발생의 저감을 막고 있다. 따라서 당장 우리가 실행해야 할 일은 노·사 스스로 현장의 유해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이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이제 우리도 ‘안전문화의 선진국’으로 가겠다며 학교, 가정, 교통환경 등 사회 전체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에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이른바 지난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인간안보’를 내세운 것이야 말로 우리가 안전문화의 도입기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중요한 시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안전문화, 즉 학교, 가정, 교통 등 사회 전체 생활안전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산업안전이 그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국은 ‘산업보건 안전문화 선진화 원년식’을 거행하고 사업장내 자율적 위험관리 활동의 대대적 확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이 산업안전문화 선진화 추진전략은 ‘안전한 직장 건강한 근로자’를 목표로 전년 대비 사망재해를 40% 감소시키는 등 2012년까지 산업재해 율을 0.56%까지 내린다는 목표와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듣고 보니 좋은 얘기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이 세상에 성공하는 사람이 적은 까닭은 시작부터 끝까지 잘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라고 현자는 말한다. 모처럼 대통령까지 앞장서 안전을 위한 ‘인간안보’를 강조한 마당에 이 계획이 결실을 볼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이런 대국민성 홍보계획은 우렁찬 나팔소리로 거창하게 시작되지만 대개 일과성 행사로 스쳐 지나가고 마는 전력을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선진을 외치면서 후진의 구태를 보이는 우를 범치 않으려면 당초 계획을 축소하는 일이 없어야하며 먼저 사업장 단위의 기초적 안전보건수칙 준수 캠페인부터 확실히 펼쳐야 한다.산업안전문화 선진화 선포식은 지난번 세계인이 모여 결의한 ‘서울선언서’와 함께 전국 사업장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이 땅에 확고한 안전문화 정착의 밑거름이 돼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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