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푹신한 의자는 권위의 상징이다.빙글빙글 돌아가는 의자 위에서 직원들의 결재서류를 검토하는 모습은 성공한 기업가 또는 직장인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통한다. 그래서일까. 대다수 근로자나 사업주들은 보다 크고 편안한 의자를 향해 오늘도 딱딱하고 작은 의자 또는 의자도 없이 서서 열심히 일한다.최근 노동부는 의자도 없이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산업안전보건법상에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 때때로(?)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잠시나마 의자에 앉아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서비스업체 직원은 고객을 응대할 때 당연히 서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근로자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었던 것이다. 서서 일하는 근로자는 백화점, 대형할인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국내 백화점, 대형할인점에는 40여만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고 이중 절반 정도가 계산, 판매 등 서서 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시간 서서 일할 경우 요통, 하지정맥류, 무릎 및 발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실제로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사원 가운데 74.6%가 근육통을 느끼고 있고 이들의 74.2%가 업무를 하면서 발병했다고 답했다.이러한 통계는 이미 15만명 가량의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근골격계질환의 초기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당연히 서서 일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규모 근골격계질환 발생이라는 시한폭탄을 키워왔던 것이다.사업주 입장에서는 의자를 지급하면 능률이 떨어진다고 반론할 수 있다.상식선에서 생각할 때도 이해가 되는 말이다.하지만 근골격계질환 발생으로 유발될 사회적인 비용을 감안한다면 의자에 앉아 작업함으로써 발생하는 다소의 로스는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더군다나 사회적인 약자인 서서 일하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확보하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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