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이 연이어 35도에 육박하고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모방송국에서 지난날의 오싹한 추억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TV프로그램이 리바이벌돼 화제다. 20세기형의 오싹함과 두려움보다는 21세기 CG와 볼거리로 무장해 다소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도 있지만 한여름밤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줘 매년 되풀이 해도 식상하지 않다.   산업현장에도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물(?)이 있다. 여름철 뿐아니라 사시사철 산업역군을 괴롭히는 장본인은 바로 석면이다. 석면은 섬유모양의 광물질로 청석면, 백석면 등 6종이 있으며 내화성, 단열성, 내구성, 절연성, 유연성 등이 어느 물질보다 뛰어나 건축자재, 자동차부품, 섬유제품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 물질이다.   뛰어난 물질적 특성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다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 무서운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로 지목되면서 환호의 대상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바뀐 물질이기도 하다. 국내보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영국의 경우 79년부터 2001년까지 석면으로 4만여명이 사망했으며 미국은 75년 이후 매년 2500명 이상이 석면으로 인한 질병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고 향후 7만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석면공포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실태와 관리현황을 수렴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근로자 건강장해예방을 위한 석면관리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에서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석면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문제를 정부가 인정하고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석면 제로 구현을 위해 석면확산을 엄격하게 방지하며 사용된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하고 피해근로자에게 알맞은 요양과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부족하다고 지적된 실태파악과 전문성 제고,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등 석면으로부터 근로자들, 아니 온 국민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혹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최근의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또 하나의 규제라고 비판할지 모른다. 그러나 석면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이미 전세계적인 추세며 무엇보다 중요한 근로자와 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규제라고 불려서는 안될 일이다. 석면으로 인한 질병은 잠복기간이 통상 30년 이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석면을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라고 말한다. 근로자를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 국가가 앞장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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