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책임감리 물량을 축소하는 새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의결돼 이 제도의 내년 도입이 예상되고 있다. 현 국내 감리제도는 종전 발주처 감독관과 민간 감리자가 동시에 건설현장에 주재하면서 시공자에 대한 적절한 지도감독이 곤란했던 단점을 개선, 지난 94년 이후 감리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강화한 책임감리제도를 시행중에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책임감리 의무 공공공사를 100억원 이상(22개 공종)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바꾸고 책임감리 의무면제 발주기관도 현행 12개에서 6개(철도시설공단, 컨테이너부두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산ㆍ인천항만공사, 한국공항공사)기관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감리업계 관계자들의 연간 전체 책임감리 용역이 약 20% 가량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년전 건설 부진을 막기 위해 책임감리제를 도입했던 전 건설부 장관도 “정부가 감리비용을 아끼려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자체감독을 하게 하는 체제로 돌아서려고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적은 규모의 공사는 발주처나 시공업자에게 귀찮은 일을 덜어주기 위해 책임감리를 면제해 주자는 정부 선심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려 하고 있는 게 아니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건설에 있어서 감리보다 더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도 없다. 약간의 예산축소와 일부 건설업체의 편의를 위해 감리제도의 후퇴를 부른다는 것에 “삼풍백화점 붕괴의 참상이 뇌리에 뼈아프게 새겨져 있는데 또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려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 책임감리제도는 우리 안전 건설풍토 조성에 많은 이바지를 했고 특히 부실공사와 건설공사 품질확보 차원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 1990년대 초 부실공사로 인해 엄청난 폐해를 입었던 우리는 정부의 관심과 감리인들의 더욱 과학적이고 철저한 감리로 대형사고를 줄여온 공로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감리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번 개정안이 감리제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화로 정해져 있는 감리물량의 일부 해제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며 “무조건 공무원에게 감독기능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선진화의 흐름에 맞춰 발주기관에 맡겨 자율화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감리인들이 보는대로 “공무원들로 하여금 자체감독을 하게 하는 체제는 1900년대 이전으로 회귀하는 결과”라는 주장도 강력히 대두되는 만큼 정부는 이 예민한 안건에 다시 한번 신중하게  접근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굳이 정부가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감리제로 회귀하겠다면 차라리 잉여 공무원들에게 감리훈련을 시켜 전문적인 감리회사에 배치시키는 방법도 있다. 2000년도 시대가 바뀌려는 최첨단 시대에 우리는 또다시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의 붕괴 같은 참상을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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