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라면식품의 원조(元祖)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양식품공업(주)으로서는 1989년 11월 3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바로 이날은 ‘우지라면’ 사건이 터진 날이다. “사람이 먹어서는 안되는 공업용 우지(牛脂)를 라면 만드는데 썼다”는 혐의 아래 삼양식품은 언론의 맹폭(?)과 국민들의 들끓는 비난과 화살 속에 치명타를 당해 파산직전까지 내몰렸었다.  국내시장의 60~70%를 차지하던 시장점유율이 10%대로 곤두박질했고 무려 1000여명의 직원들이 이산가족처럼 이곳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했다.  사건 발생 7년9개월 만에 ‘명예회복’은 됐지만 그동안 겪어야 했던 괴로움과 아픔의 상흔(傷痕)은 아직까지도 또렷이 남아 잊을 듯싶다.  최근의 잇단 식품대기업들의 식품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바로 이들 식품대기업들이야말로 과거 삼양식품이 겪었던 ‘아픈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국민의 눈은 예리하고 소비자들의 심성은 한없이 착하고 좋은 듯싶으면서도 일단 마음이 떠나기 시작하면 얼음 이상으로 차갑고 냉정하다는 것을 식품대기업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생쥐머리 새우깡’과 ‘칼날 섞인 참치캔’, ‘곰팡이 슨 햇반’ 등으로는 직성이 안 풀렸던지 이번엔 ‘볼트 너트가 들어간 과자’ ‘플라스틱 이물질 함유 사발면’까지 등장하고 있다니 도대체 식품업체들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다는 소리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볼트 너트가 들어간 과자라니 자칫 아이들이 이것을 삼켰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  요즘 사고 명단에 등장하는 식품업체들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땅에서 내로라 하는 명문 대기업이자 간판기업들이다.  농심, 롯데제과, 동원산업, 해태제과 등등이 그들이다.  참으로 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를 ‘국민기업’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얼마 전 보건복지가족부와 식약청이 작금의 식품안전사고와 관련해 소비자권리 증진과 재발방지를 위한 처벌강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이 정말 궁금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소비자들의 심성은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차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소비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불매운동 등을 벌이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의 눈과 입을 통해 특정기업의 사활이 판가름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