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伏)를 깔고 ‘나 죽었습니다’ 하는 식으로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일컬어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고 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아니한 채 몸을 사리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복지부동은 공직사회의 대표적 병폐의 하나로 지목돼 왔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공직자 복지부동이 유별났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 때문이었다.   공직자들이 현장으로 나돌면서 얻는 것(得)보다는 잃는 것(損·害)이 많다는 판단이 우세했던 것이다. 세무, 건설, 경찰, 소방 심지어 일선행정과는 거리가 먼 일반직 공직자들까지 뻑 하면 자리를 박차고 현장으로 뛰쳐나가 이런 저런 명목을 걸어 뇌물을 받거나 향흥 등 대접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으로써 민원의 초점이 됐고 이에따라 노무현 정부는 이를 개혁적 차원에서 엄격히 다뤘던 것이다. 일부 교사들의 ‘돈봉투’ 문제 등도 이에 포함될 듯싶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움직이면 죽고 가만히 배 깔고 엎드려 있으면 산다’, ‘잘난 척 하다가는 어느 칼에 죽을지 모른다’는 식의 묘한 논리가 정설화되기 시작했다. 꼼짝 않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다. 당시의 상황은 공직자로서 민원과 투서의 대상이 되면 불문가지(不問可知) 하고 구속 아니면 퇴출이었으니 그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과 상황이 180도 확 달라졌음을 공직자들 모두가 알아 둬야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속하여 ‘현장중심의 행정’을 강조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가 산업현장과 유통현장 등을 돌면서 공직자들로 하여금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에 흐르는 저류(低流)에는 아직까지 복지부동의 기미가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오랜 타성 때문인가, 아니면 채 분위기가 영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명박 전봇대’에 이어 ‘일산의 초등학교 여학생 납치미수 사건’이 대통령의 호령(?) 한마디에 하루 만에 해결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사항 가운데 우리 맘에 꼭 드는 한 구절의 말이 있다. “…국가나 공직자가 해야 할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그 다음은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일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자격으로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 화재 참사현장을 방문한 바 있고 취임 직후엔 숭례문 화재현장을 찾아 복구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와같은 작금의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서 우리의 ‘안전행정’쪽에는 복지부동 등의 잔재들이 말끔히 씻겨진 상태일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된다. 근로자의 안전문제, 복지문제, 노동행정 전반과 소방, 식품 및 위생안전 등등 점검해 봐야 할 부분들이 산적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몸소(?) 안전현장을, 그것도 사고 때문에 찾게 되는 그런 일만큼은 결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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