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몇가지 대형항공사고들을 잊지 못한다. 그 처참하고도 끔찍했던 장면 장면들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刻印)된 때문일 것이다.  그 몇가지를 간추려 보면 대략 이런 사고였다. 1987년 11월 29일의 북한 공작원 김현희(추정)에 의해 저질러진 대한항공 KE858편 폭파사건이 대표적 사건의 하나다. 방콕 안다만 상공에서 기체가 폭발, 탑승객 115명 전원이 실종(사망 추정)된 사건이다.   또 하나의 사건은 1993년 7월 26일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뒷산에서 빚어진 아시아나항공의 보잉737기 추락사건으로 66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구조 헬기에 매달렸던 탈진한 어느 여성 탑승객의 모습이 지금까지 눈에 선하다.  항공사고는 터졌다 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항공계에선 아직도 ‘아차’ 하는 방심이 횡행하고 있다고 하니 경악할 노릇이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에 따르며 올들어 아시아나항공이 두차례나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는 위험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에는 시카고행 아시아나236편이 이륙후 한시간쯤 지나 꼬리날개 연료탱크의 연료공급 장치에 문제가 발생, 인근 앵커리지 공항에 긴급 착륙했다는 것이다. 특히 2월에는 광주를 떠나 제주로 가던 아시아나8147편이 운항중 항공교통센터(ACC) 교신이 끊긴 상태로 10여분이나 운행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안전과 관련한 몇가지 ‘레드카드’를 받은 바 있다.  1992년 1월에는 서울발 B767-300이 제주공항 착륙중 앞바퀴부터 활주로에 경착, 비행기 앞부분이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고 1993년 11월에는 B767-400기가 노즈기어 고장으로 제주공항에 비상 착륙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업계를 독주하던 시절, 금호그룹(당시)의 회장은 관계당국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다니면서 ‘2원화 체계’의 타당성을 호소(?)한 끝에 귀중한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사업초기 몇가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이제는 탄탄한 사업기반과 나름대로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바로 지금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 일들이 쏟아질 때 조심하라는 말이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오늘의 좌표에 이르렀다. 이는 하나의 여정에 불과할 뿐 결코 최종의 목적지는 아닌 것이다.  ‘아차’ 하는 방심을 경계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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