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봄철에 느끼는 대표적 기운(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원기)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마음의 상태변화로 봄은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또 다른 하나는 몸의 변화로 나른함을 느끼게 한다. 바로 이것이 춘곤증(春困症)이다.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을 바꿔 이야기하자면 역동성(力動性)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신체의 모든 기능이 봄이 되면서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춘곤증은 이와 다소 대치되는 양상으로 봄철에만 나타나는 이상한 기운이다. 식사 후에 오는 나른함과 몰려오는 졸음과 엇비슷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이들 두 가지 기운들은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리 환영할만한 징조가 아닐 듯싶다.  우선 마음이 들뜨다 보면 매사에 신중함과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안전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기야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상쾌하니 온 맘이 자연히 밖으로 떠돌 수밖에 없을 터이고, 따라서 안전이고 뭐고 모든 게 귀찮을 수도 있겠다.  춘곤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른함은 필히 졸음을 동반하는 게 통상이다. 졸음이란 놈은 무척이나 질겨서 한번 몰려들었다 하면 아무리 꼬집어 뜯고 바늘로 콕콕 쑤셔도 도망갈 줄 모르는 놈이다.  모르긴 해도 봄이 졸음을 안겨주는 기운은 사람만 받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양지녘의 어미닭도 졸고, 멍멍이도, 고양이도 여기저기서 졸게 하는 놈이 봄이다. 한 여름의 더위에 지쳐 늘어져 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만에 하나, 지하철 기관사가 춘곤증 때문에 깜박 졸아버린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떡할까? 버스와 택시 운전자 가운데 적잖은 사람들이 졸음운전의 경험을 고백하고 있다. 생리적 현상이니 어쩌겠냐고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머지않아 행락 철이 시작된다. 그것도 봄철의 행락이다. 들뜬 마음과 나른한 육신의 변화 속에 올봄엔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날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차라리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바로 우리의 코앞에서 전개될 현실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춘곤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비법이 있을 듯싶으면서도 막상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방법은 오직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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