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죽음인들 우리를 안타깝게 하지 않는 죽음이 있으랴만은 화재진압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는 소방관들의 순직 소식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소방관련 통계가 체계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1983년 이후 2008년 현재까지 꼭 70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해방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75명이 화재진압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한사람의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순직했다. 13살, 11살된 어린 남매를 남겨둔 채 말이다. 숨지는 순간까지 차마 눈을 감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적잖은 사람들이 아직도 지난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화재현장에서 건물 천장과 벽면이 무너지면서 소방관 5명이 매몰돼 숨진 가슴 아픈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다.  잊혀질만 하면 또 다시 순직자가 발생, 우리의 아픈 기억을 되돌려 놓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순직 소방관의 총 누계가 몇명이냐 하는 게 중요한 초점이 아니다. 70명이든 75명이든 그것이 주요 포인트가 아니라 어떤 연유로 그들 일선 소방관들이 그토록 소중한 목숨까지 희생해야만 했느냐 하는 점에 당연히 앵글이 맞춰져야 할 듯 싶다.  소방인들의 제1의 책무는 화재나 재난으로 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제2, 제3의 책무 역시 똑같다. 이를 위해 일선을 맡고 있는 소방관들은 불철주야, 온갖 위험과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소방관들의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함은 온당한 일이다. 반면에 국민들은 그들이 있음으로하여 맘 놓고 잠들 수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나라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의 하나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뭔가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 있음 직하다. 정말 많은 국민들이 이번 경기도 일산에서의 소방관 순직사고를 접하면서 기절초풍할 만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을 줄 안다.  ‘나홀로 소방관’은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고, ‘24시간 근무’는 도대체 뭔 소리인지…. 거기에다 소방차도 혼자 몰아야 하고 후발대가 오기전까지는 불도 혼자 꺼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틀림없이 나올만한 변명은 예산타령일 것이다. 소방현장의 행태 가운데 무려 70% 이상이 이와같은 ‘나홀로 소방서’라니 더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어느 동료 소방관은 울먹이면서 “이미 예고됐던 사고였다”고 했다. 노동계는 툭하면 ‘근로자의 인권’ 운운하면서 거리로 뛰쳐 나오곤 한다. 소방관들에게 이같은 기본적 인권도 보장될 수 없는 것인가?   앞서 지적했듯이 소방관의 제1의 책무는 화재나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소방관들의 귀중한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는 것이다.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동시에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들 소방관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할까…. 더 이상 소방관 순직 만큼은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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