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攝理)가 참으로 오묘하다. 폭설과 한파 속에선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어느덧 코끝에까지 다다랐으니 말이다. 낼모레가 개구리가 동면을 끝내고 땅밖으로 뛰쳐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니 절기상 틀림없는 봄이다.  이같은 절기상의 변화 이외에 우리로 하여금 봄을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팩트가 있다. 그것은 매년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전개하고 있는 ‘해빙기 안전점검’이다.  이미 노동부는 지난 18일부터 한 달간에 걸친 해빙기 붕괴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 대장정에 돌입했다. 전국 800여 건설현장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소방방재청은 19일부터 22일까지 중앙부처 합동으로 해빙기 안전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 게 바로 이맘때부터의 일이다.  소방방재청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안전관련 홍보활동을 비롯해 위험지역 순찰 등 행정전반을 뒤져 봤고, 이와 동시에 각 부처 산하 가스·전기안전공사, 시설안전기술공단, 산업안전공단, 소방검정공사 등과 합동으로 중앙점검반을 편성해 건설공사장, 절개지, 낙석위험지역, 축대, 옹벽 등 재난 취약시설물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을 실시했다.  노동부는 노동부 나름대로 목하 의욕적인 안전점검을 진행 중에 있다.  점검대상은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건설현장 등 800여 사업장으로 특히 안전보건조치 소홀로 재해 경험이 있는 현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들 업체에 대해 토사붕괴 등 해빙기 위험요소는 없는지, 예방대책은 마련돼 있는지 등등의 현장준비 상태가 집중 체크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빙기와 관련한 가슴 아픈 기억들이 너무나 많다. 대구지하철 역사 건설현장에서의 대규모 붕괴사고와 참사, 부천 아파트 건설현장의 매몰사건, 청량리 역사의 지반침하와 타워크레인 붕괴사건 등등 매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건·사고를 목격해 왔다.  이와 관련해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재작년에도, 지난해 이맘때에도 관계당국과 기관들이 올해와 똑같은 모양새의 ‘해빙기 안전점검’을 실시했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만한 사전 점검활동이 있었으니 사고를 그만큼 줄일 수 있었던 게 아니냐”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러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100% 옳은 답변은 분명 아닐 듯싶다. 쉬운 말로 바꿔 이야기 하자면 올해엔 정말 뭔가 좀 달라져 보자는 것이다. 매년 하던 일이니 올해도 할뿐이라는 타성만큼은 벗어 던져 보자는 제언이다. 이왕지사 해야 할 일이라면 좀 더 꼼꼼히 따지고 챙겨서 ‘사고 없는 현장’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로가 있는 험산준령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챙겨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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