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오래전에 끝났음에도 군용 K-1 방독면에 대한 투명한 안전성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와 ‘내 자녀’와 직결된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든 국방의 의무가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남아라면 누구나 적정한 나이가 되면 군복무를 필해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 내 가족 중 누구인가가 군생활 중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K-1 방독면 문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위원회가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제출받아 밝힌 자료에 따르면 “K-1 방독면의 정화통에 포함된 활성탄에는 크롬과 구리, 은 등 금속물질이 함유돼 있으며 특히 ‘6가크롬’의 독성이 강하다”고 돼 있다.  ‘6가크롬’은 최근 국산 ‘쓰레기 시멘트’에서 발견된 발암물질로 피부염과 피부궤양, 간 및 신장 장애, 내출혈 및 호흡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와 관련 방위사업청은 “국방기술품질원이 군에 보급한 방독면의 정화통 샘플 12개를 1980년 개정된 미군규격에 따라 시험한 결과 12개 모두 기준치에 적합했다”면서 “그러나 포장(캔)을 뜯은 상태로 시험해야 하는 현행 국방규격에 따른 시험에서는 12개중 8개가 기준 미달이었다”고 밝혔다. 뭔 소리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답변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대충 우물우물 넘겨보겠다는 것인지,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는 것인지 도통 종을 잡을 수가 없다.  미군의 경우 1994년에 개발된 M40계열 방독면이 군에 보급됐는데 이 제품은 크롬성분이 없는 활성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독면은 화생방 등 비상의 사태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긴요한 장비이다. 이런 장비가 중금속에 노출된 불량품이라면 도대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화생방 가스 등으로부터 귀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방독면 때문에 중금속 물질에 오염당하는 격이니 예삿일이 아닌 것이다.  이번 기회에 K-1방독면에 대한 안전성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 같다.  이와 함께 군 이외에 소방용이나 산업용 방독면의 안전성 여부도 다시 한번 짚어 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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