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보면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최근 광주 시내에서 1년간 8차례에 걸쳐 대학병원 기숙사, 주택, 인쇄소, 차량 등에 불을 질러 2억원대의 재산피해를 입힌 40대 방화범이 경찰조사에서 밝힌 진술 내용이다.‘묻지마 방화’가 연쇄적으로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공익요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불을 질러 주차된 차량 여러 대가 전소됐다. 또 서울 외발산동 한 버스차고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시내버스 38대와 건물일부가 불에 타 15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방화 또는 방화의심으로 인해 154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연평균 70명이 사망하고 239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사망자 10명중 2명이 방화로 사망했다. 재산피해는 연평균 145억원이나 됐다. 화재발생 원인 중 방화 및 방화의심이 6.3%를 차지, 부주의 46.5%, 전기적 요인 23.9%, 원인미상 9.7%, 기계적 요인 8.7% 다음으로 높다. 방화는 다른 유형의 화재 원인과 달리 일부 사람의 일탈행위에서 발생한다. 방화 동기는 취중·호기심 등 우발적인 경우가 많고 그 다음이 가정불화와 경제적 문제 순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방화범죄가 발생할 것이다. 제2, 제3의 ‘숭례문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가 일어날 수도 있다. 방화 범죄가 늘어나고 피해도 커지고 있지만 처벌은 아직 솜방망이 수준이다. 방화는 사회적 범죄로 중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 고려시대에는 일반인이 관청, 사당, 민가의 재물에 일부러 불을 지르면 건물의 크기나 재물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징역 3년형을 내렸다. 또 민가나 양곡, 피륙을 저장한 곳에 불을 지른 자중 주범은 사형, 종범은 곤장 20대의 형벌을 가했다. 조선시대에도 고의로 자기 집을 불태운 자는 태장 100대, 고의로 관용 또는 민간건물 창고와 관에서 쌓아놓은 물건에 불을 지른 자는 참형을 당했다. 노비가 주인집의 사판(祠板)에 방화하면 교살되기도 했다. 미국은 방화를 연방수사국(FBI)이 인명과 재산을 함께 손상하는 중요 범죄로 분류한다. 양형 기준도 강도보다 높고 납치·유괴와 같은 수준이다. 선진 외국은 오래 전부터 방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 다양한 예방정책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도 방화범죄가 점점 지능화돼 감에 따라 방화문제에 대한 예방책을 강구할 시점이다. 방화의 정확한 조사를 위해 제도적 장치도 보완해야 한다. 첫째 소방공무원의 ‘화재조사우선권’을 법제화해야 한다. 현행 법령은 방화와 실화에 대한 책임기관을 경찰기관에 두고 있어 실제로 대부분의 화재현장에서 경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일본처럼 화재조사는 소방공무원이 하고 경찰기관은 방화범죄를 수사하는 분업화 및 전문화가 필요하다. 둘째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방화의 위험성을 인식해 민간 또는 유관기관이 협력해 방화 전문연구기관을 설치·연구해야 한다. 셋째 유관기관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각기 서로 다른 이유로 인해 방화에 대한 통계 등 자료의 분석들을 소홀히 하고 있으며 각 기관별 방화와 관련된 자료들은 거의 비공개되거나 정보교류가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거나 관련기관 간에 방화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하다. 어느 누구도 방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화는 출근길 지하철, 일하는 사무실 빌딩,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관 등 언제 어디에서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 무고한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따라서 모두가 방화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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