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설립된 KRC고려프라스틱(대표 이영직·사진)은 설립 초기 선글라스와 일반 안경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품질을 인정받아 국내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가며 해외수출도 실현할 정도의 내실있는 업체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IMF와 함께 저품질의 중국산 선글라스가 국내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하자 도산의 위기를 맞았다.당시 대구를 중심으로 한 국내 안경업계의 사정은 매우 심각했으며 경제위기와 맞물려서 건실한 안경제조업체들까지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파산했다.“저와 회사 너무나 혹독하고 힘든 시기였습니다. 기존의 선글라스 시장은 저가 중국제품의 덤핑에 견딜 수 없었죠. 때마침 IMF경제위기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지만 책임져야 할 직원들과 가족들이 있었기에 절대 무너질 수 없었고 그때 산업용보호안경이라는 특화된 분야로의 업종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동종업계내의 업종의 변환이었죠.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직 산업용보호안경만 제조하는 특화되고 전문화된 업체로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전공이 미술이었어요. 그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았죠. 그래서 안경제조업체에 취직을 했고 안경을 디자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안경과 함께 35년이 됐네요. 세월 참 빠릅니다.”사무실에서 만난 KRC고려프라스틱의 이영직 대표의 첫 인상은 외유내강이었다. 겉으로는 사람 좋아 보이지만 인터뷰 중 느낀 확고한 의지와 신념이 있는 모습.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경제를 지탱하고 이끌어 온 베이비붐세대의 전형적인 국민가장의 모습. 그 자체였다.제조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공장 같지 않은 공장. 흔히들 생각하는 공장의 이미지는 소음과 묵은 기름때 조금은 정리되지 않은 공구들이다. 하지만 KRC고려프라스틱의 제조현장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잘 정리된 백화점 매장 같은 환경이었다. 각 파트별로 벽에 걸린 공정과정점검표와 직원들마다 착용하고 있는 투명한 보호안경 그리고 KCS 마크가 찍힌 채 출고대기 중인 제품상자만이 이곳이 보호안경제조업체의 현장임을 나타내고 있었다.“2009년부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시행한 안전인증제도 안전인증업체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기존의 품질인증제도를 통합해 안전보호구분야에서는 KCS인증으로 통합한 제도죠. 대한민국에서 산업용보호구를 제조하고 유통하려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자격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제조현장은 항상 청결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하죠. 어지럽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명색이 안전보호구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서야 되겠습니까?”연구개발실로 자리를 옮겼다.진열장에 진열된 한눈으로 봐도 100여종은 돼 보이는 보호안경과 여러 시험장비들이 궁금증을 자아냈다.“현재까지 공단의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 정확히 130개 모델입니다. 생산하는 전 제품이죠. 아마 업계내에서 생산제품의 종류로는 제일 많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주고객층인 산업현장의 근로자분들의 디자인측면에서 요구가 다양해질 겁니다. 이 분들의 개인적인 취향과 요구를 최대한 소화해 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제품들을 고안하고 생산할 수밖에 없죠. 최소 1년에 두 가지 제품군에서 10여종의 신제품을 출시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보호안경의 본질인 안전성 확보에는 다양함을 적용하지 않을 겁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아무리 멋지고 좋은 디자인이라도 눈을 보호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디자인이면 보호안경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생산할 가치가 없는 것이죠.”업체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어느덧 업체방문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이 대표가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의 보호안경을 하나 건네주면서 말문을 열었다.“돌아가실 때 착용하고 가세요. KR-SG13-시리즈입니다. 올해 신제품으로 스포츠고글타입의 디자인이라 일상에서 착용하셔도 패션 감각 있다는 소리를 들을 겁니다.”끝으로 그의 포부를 물었다.“보호안경의 저변이 확대됐으면 합니다. 아직은 보호안경이 단순히 산업현장에서만 착용하는 투박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많아요.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보호안경이 일상생활에서도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어요.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도 보호안경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보호안경의 저변확대가 필요합니다. 우리 업체가 아닌 국내보호안경제조업체 전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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