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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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이 오는 7일 '건축왕'으로 불리는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인 가운데 사법적폐청산연대가 2일 논평을 통해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무거운 구형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사법적폐피해연대는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빌라 갭투자 사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주범으로 지목된 남 씨가 임차보증금 반환 능력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방해로 인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한 상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으나, 과거 정부의 부동산 및 임대 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연대는 또한 이 사건이 여론의 영향을 받아 부당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인천지방법원에 공정한 재판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재판이 서둘러 마무리되어서는 안 되며, 피고인들에게 상응하는 공정한 선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사법적폐청산연대의 논평 전문이다.

선고를 앞둔 인천 건축왕 사건…“빌라 갭투자 사기 사건과는 달라”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낳은 소위 인천 건축왕 사건이 선고를 앞두고 있다. 수백억 대 전세 사기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 모 씨 등 피고인 10명의 재판을 진행한 인천지방법원 형사1단독(재판장 오기두 부장판사)은 지난 1월 17일 결심공판에서 2월 7일로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앞서 지난 1월 17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주범으로 지목된 남 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는 등 사기 사건에서 처해질 수 있는 가장 높은 형을 재판부에 구했다. 다른 구속 피고인들도 징역 10년, 심지어 단순 가담자에게도 징역 7년 등 예상을 뛰어넘는 형을 재판부에 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형은 정상적이지 않다. 또 이 같은 검찰 구형이 피고인들이 행한 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인지는 강한 의문이다. 이 때문인지 피고인 측의 반발은 이례적으로 거친다. 실제 변호인단 가운데 복수의 변호인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전문가인 복수의 변호인이 1년 가까이 이 재판을 진행한 재판장을 강하게 불신한 것이다.

재판장은 1월 17일 공판기일에 변호인들이 금융기관 사실조회 등 입증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2024년 2월 퇴직이 예정되어 있어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결심을 강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변호인단이 사건병합을 신청했으나 그는 변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례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인천 건축왕 사건은 빌라를 표적으로 하는 갭투자 전세사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전세금 미 반환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로 일률적으로 의율됐다는 점이다.

또한 재판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폰지사기와 깡통전세의 예를 들면서 유죄의 심증을 숨기지 않았다. 재판의 공정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가운데 사법적폐의 첫걸음을 뗀 셈이다.

본 단체가 이같이 주장하는 근거로는 먼저 전세계약 당시에 남 씨는 이 사건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

실제 본 단체가 입수한 변호인의 변론요지서를 살펴보면 건축왕 남 씨는 2021년 12월 23일경 무궁화신탁에 자신이 소유한 임대주택 전체에 대해 통매각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매매계약이 오가고 잔금 270억 남짓을 받기로 했지만 당시 갑작스럽게 악화된 코인 시장의 외부 환경 때문에 무산된 사실이 있다.

당시 2,700여 가구의 가치는 약 7,700억 원으로 대출금과 전세금 전액을 반환하더라도 약 2,700억 원 정도의 담보 여력 또는 잔존가치가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남 씨의 주력 사업체인 강원도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망상지구 개발 사업 관련 자금 확보도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반환 능력은 더욱더 충분했다고 본다. 즉, 남 씨의 동해이씨티가 보유한 사업부지의 감정가는 2022년 1월 10일 기준 1,680억여 원 상당이었다. 이에 따라 토지만 처분했어도 약 738억 원 상당의 여유가 있었다고 한다.

동해이씨티의 개발사업 시행자의 지위까지 양도했을 경우 남 씨는 아무리 못해도 1,000억 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보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2년 5월 20일까지 유효한 우리종합금융(대표이사 김종득)의 7,000억 상당의 PF담보대출 확약서도 있었다.

그럼에도 동해시의 적극적인 사업 방해로 개발사업이 좌초되면서 그 여파가 인천 전세물건에도 미쳤다.

미추홀구 주안동에 신축 중이던 물건 또한 동해 사업 문제로 말미암아 사업 완료가 지연되어 예상 수익 150억 원 남짓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와 같이 남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주택의 가치는 선순위 대출금과 임차보증금을 모두 변제하고도 상당한 정도의 잔여 가치가 있었을 뿐 아니라, 동해이씨티 사업 관련 자금 유입 등으로 임차보증금에 대한 변제 자력은 충분했다고 판단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원에서 빌라를 표적으로 대규모로 벌어진 갭투자 전세사기 사건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는 본질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씨가 재판 과정에서 사회 초년생이 주를 이루는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파렴치하게 편취한 것으로 매도당한 것은 바로 여론재판이 크게 한 몫 했다고 본다.

특히 본 단체의 판단과 분석으로는 이번 사태가 남 씨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난 정부의 부동산, 임대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남 씨의 주력 사업체인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망상지구 개발 사업의 지체가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해당 사건이 위법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헌법 제 13조는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고 한다.

남 씨는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한 개의 형을 선고받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자의적 기소로 세 개의 사건이 진행되면서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두 개 또는 세 개의 형을 받게 될 개연성이 높다. 위법할 뿐만 아니라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형사1단독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14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건과 병합이 되어야 한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인천지방법원은 형사1부 재판장의 퇴직을 앞세워 재판을 졸속으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합의부 사건과 병합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받아들이고 제반 법리에 기초해 공정한 분위기에서 남 씨 등 피고인들의 죄에 상응하는 선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심리하는 법관이 사생활인 본인의 퇴직 시기에 맞춰 결심하고 선고한다는 것인가? 재판은 누가 거짓만을 하는지를 밝혀 9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 인천지방법원이 앞장서 사법적폐 청산의 첫걸음을 내딛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2024년 2월 2일 사법적폐청산연대 대표 정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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